앞에서는 시가 보상, 돌아서면 헐값 보상

농민 두 번 죽이는 보상체계

  • 입력 2010.12.24 13:35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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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은 한번 발생하면 소의 경우 반경 500m, 돼지는 최고 3km까지 살처분 조치가 내려져 소독·방역에 들어가는 비용과 보상금을 포함한 피해복구 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

올 한해동안 국비로만 4천억원에 가까운 재정이 구제역 피해복구에 쓰였다. 정부는 살처분 가축에 대해 100% 시가 보상을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으로 가축을 땅에 묻은 농민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이다. 그만큼 보상가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구제역 살처분을 했던 낙농 농가들은 특히 반발이 컸다. 옆동네에 구제역이 터지자마자 장관부터 공무원까지 내려와서 100% 보상할 것이라며 ‘명령조’로 살처분을 강요했다는 것. 버티다 못해 100% 보상이라는 말에 살처분에 응하기도 하고, 다급하게 일을 진행시키는 바람에 동의서 한 장 못쓰고 허겁지겁 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보상가를 받아본 농민들은 분노했다. 젖소 한 마리당 300만원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적게는 160만원에서 220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한 것. 고능력우도 다산우라는 이유로 노폐우 가격 80만원을 받는 등 ‘고깃값’도 안나오는 보상이 이어졌다. 이에 농가들은 대책위를 꾸려 움직이기도 했지만 낙농의 경우 시장가격이 형성돼있지 않아 증명할 길이 없었다.

게다가 가축을 입식해 수익을 내기까지 2년 이상 투자를 해야 하는데 6개월의 생계안정자금으로는 여러 가지 대출과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농가들은 구제역으로 살처분을 하면 무조건 ‘망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

구제역 발생농가와, 예방적으로 살처분한 농가 사이의 보상 차별이 알려지기도 했다. 포천시 창수면의 한 농가는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10마리당 한 마리씩의 보상을 해주는 지자체의 보상과 오염물건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해 결과적으로 구제역으로 인한 손해가 1억원 가까이 났다.

11월 말부터 살처분에 들어간 안동지역은 아직까지 자유로운 이동이 꺼려지는 시기임을 감안해 농가들의 모임이나 보상 대책위원회 등이 꾸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한우협회 김태수 안동시 지부장은 “1차 보상금 지급이 30%정도밖에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보상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김 씨는 “소 값은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것을 평균가격으로 치니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 등급 잘 받은 소 한 마리에 천만원 정도인데 보상은 8백만원도 안되니 20% 이상 깎인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해에는 그나마 낙농가들의 요구에 따라 유대손실보상금이 신설됐다. 정부에서 올 해 발표한 구제역 발생 농가 지원 대책을 살펴보면 ▷살처분 농가에게 해당 가축시세의 100% 지급(국비 100%) ▷젖소는 6개월분 유대 추가보상(국고 70%, 지방비 30%) ▷고능력우 이용잔여기간 100%인정(국고 50%, 지방비 50%), ▷위험지역내(3km) 원유 폐기 자금 지원(국비100%) ▷살처분 농가의 수익 재발생시까지 최대 1,400만원 생계지원 (국비 70%, 지방비 30%) ▷추후 가축 입식시 자금 지원 ▷이동제한지역내 가축 수매지원(국비 100%)과 대출금에 대한 이자 면제, 학자금 지원, 신용보증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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