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외이사에 농민단체 또 배제

퇴직 관료 출신 후보자 외국 출장 이유로 불참한 채 선임
대의원들 “인사말도 못 듣고 뽑는 경우 어딨냐” 불만 제기하기도

  • 입력 2010.12.06 13: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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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사외이사에 대한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달 3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회원조합장인 이사 외의 이사에 전 재정경제부 차관,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한 권태신 씨를 선출했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농협법 개정으로 사외이사 정수가 10명에서 7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6월 29일 대의원대회를 치렀고, 4명의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될 때 농민단체는 철저히 소외돼 논란이 됐었다.
이번 대의원대회에 설마 또 배제될 리 없다고 믿던 농민단체들은 이번 사외이사의 선임에 대해 부적절하다며 쓴소리를 했다.

▲ 지난 달 30일 열린 농협중앙회 임시대의원대회 모습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들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이번 사외이사 후보자가 거론됐다. 농민단체 출신 사외이사가 이번에도 뽑히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달했다.

그는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농민단체 출신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며 애써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와 관련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민조합원들이 주인이 되어야 할 농협중앙회가 사외이사 제도의 본뜻을 살리지 못하고 퇴직 공직자에게 자리를 내주냐”며 노골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다른 농민단체 관계자는 “이러다 농민단체의 의견수렴 통로조차 막히는 것 아니냐”며 농협중앙회의 이번 사외이사 선출의 부적절함을 표현했다.
현재 농협중앙회에 이사진에는 회장을 포함해 교육지원, 농업경제, 축산경제, 신용 등 사업부문별 당연직이사 5명과 사내이사 18명, 사외이사 7명 등 총 30명의 이사직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외이사란 회사의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 이사를 뜻한다.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로 업무집행기관으로부터의 독립성 유무에 의해 사내이사와 구별한다는 것이 사전적 정의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다 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중앙회가 되기 위해 외부인사, 특히 농민단체 출신의 참여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농민단체 출신 여부를 떠나 이번에 사외이사로 선출된 권태신 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세종시와 관련해 말바꾸기가 논란이 된 바 있어 인터넷에서는 ‘영혼 없는 공직자’라는 비아냥섞인 별명을 얻었기 때문이다.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던 30일, 대의원인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그나마 사외이사 후보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선출하는 해프닝도 벌였다. 외국출장의 이유로 권 씨가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대의원들 사이에서는 공식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고 다수의 참가자들은 증언했다.
한 대의원 조합장은 “아무리 형식적인 대의원대회라 할지라도, 사외이사 후보자가 ‘열심히 하겠으니 잘 부탁한다’ 정도의 통성명은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얼굴도 못보고 사외이사를 뽑는 경우가 어딨냐며 불만을 제기한 조합장들이 있었다”면서 “나도 예의가 아니란 생각도 들고 불쾌한 감정도 들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의원조합장들은 ‘얼굴도 모르고 경력도 모른 채’ 사외이사 선출에 대한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라고 씁쓸해 했다.

한편 농민단체 출신 사외이사 제외에 대해 지난 6월 28일 한농연중앙연합회는 성명을 발표하고 “제왕적인 중앙회장의 권한을 제한하고 대표이사 및 간부직원들의 독단적인 경영 관행을 감시·견제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자리”라며 “사외이사 정수의 축소(10명→7명)를 명분으로 농업인단체 출신 사외이사 배정을 폐지하려 한다면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350만 농업인의 요구를 정면으로 위배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우려한 바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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