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계절에 여성의 몫을 생각한다

여성농민 올해 당신 몫은 얼마입니까?

  • 입력 2010.10.24 20:35
  • 기자명 오미란 전남여성플라자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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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여성농민들은 농가 내부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동경영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농민들이 정말 공동경영주인가에 대해서는 이를 증명할 방도가 없다. 아마도 농업노동 참여정도를 따지면 여성농민들은 공동경영주에서도 좀 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2년전 여성농민들 교육을 실시하는데 여성농민들끼리 가공법인을 만들자는 말이 있었다. 투자금은 1인당 100만원. 막상 투자를 결정하려고 하는데 지금까지 ‘해보자’라고 의지를 높였던 여성농민들이 은근히 목소리가 낮아졌다.

“우리집 어른한테 물어보고, 애기한테 물어보고….”이게 갑자기 뭔말? 여성농민들의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지위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말들에 씁쓸한 적이 있었다. 단돈 100만원을 투자하는 일조차도 결정권을 갖기 힘든 위치가 과연 공동경영주인가?

지금 한창 수확철이다. 지난 일 들이 스치고 지나가는 이유는 ‘쌀값 폭락’ 소식 때문만은 아니리라. 하나둘씩 수확된 1년 땀방울의 결과물들이 순소득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들판에 나가서 여성농민들에게 당신 1년 순소득이 얼마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이가 몇이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일본의 농가에 갔다가 참 부러운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제도이지만 일본의 경우 농가 내부에서 공동협약을 맺는다. 협약의 내용은 농사일 분담 영역, 5년간의 경영목표, 휴일 휴가 노동시간, 급료 및 수익의 배분 등에 관한 협정이다. 경영주와 노동자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듯 농가 내부의 노동참여자들끼리(혹자는 경영참여자로 부르기도 하지만)작업량, 작업결과 배분 등에 관해 협정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공동경영주의 지위를 가지려면 동일한 경영목표를 가지고 목표달성을 향해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분배를 적절히 해야 하지 않을까?

들판에 벼들이 순식간에 베어지고 밭작물들도 수확을 하고 있다. 과수들도 하나씩 고운 빛깔을 거두고 있다. 모두가 여성농민들의 노동의 댓가이다. 이제 여성농민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그 많은 농작물 중 당신 몫은 얼마나 되는가?

농사일은 절반 이상 담당하면서도 70.3%의 여성농민들이 경영주는 남편이라고 응답한다. 그나마 자신이 경영주라고 응답하는 여성들의 83.8%는 60대 이상의 고령여성들이다. 젊을수록 몫이 없는 여성농민들.

여성농민을 CEO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경영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다운 생각과 역할과 몫이라는 3박자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은 누가 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에게 묻고 싶다. “올해 당신 몫은 얼마입니까?” “혹시 여러분은 저소득층은 아니십니까?” “여러분은 자신의 노동의 댓가를 충분히 받으셨습니까?”

여성농민들이 자신이 생각한대로 진실로 공동경영주로서 지위를 가지려면 농가경영체 등록난에 공동경영주로 이름을 올리는 것만이 아니라 경영주로서 자신의 몫을 계산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오늘 당장 ‘내 몫을 헤아려보자. 나는 누구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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