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모잠비크 식량폭동이 보여 준 세계식량위기

  • 입력 2010.10.11 12:56
  • 기자명 홍형석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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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가뭄과 화재로 인하여 밀 수출 중단을 선언한 이후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모잠비크에서는 식량가격 인상에 저항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지난 9월 1일부터 약 일주일간 지속되었던 폭동은 어린 아이 2명을 포함하여 총 13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 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최근 물과 에너지가격이 두 자리 수 인상률을 보이자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던 중 국제 밀 가격 폭등으로 인하여 정부가 밀 가격의 30% 인상을 선언하자 폭동으로 번진 것이다.

▲ 홍형석 상임연구원(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9월 7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밀 가격을 본래대로 되돌리겠다는 발표를 한 후에야 폭동은 가라앉았지만 모잠비크의 식량사정을 비추어 볼때 국제 식량수급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폭발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인구 2천3백만 명의 한반도 면적의 약 4배에 달하는 크기의 이 나라는 인구의 45%가 하루 생계비 미화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전체 35%의 가구들이 만성적으로 불안한 식량상황에 처해 있다. 모잠비크의 밀 자급률은 5%에 불과하고 쌀 자급률은 5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주요 농산물의 수입을 인접한 남아프리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UN FAO의 식량권 특별조사관인 올리버 드 슈터는 모잠비크의 식량폭동이 2008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식량안보문제를 무시해왔던 정부들에게 경종이 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여전히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피해, 무분별한 농산연료(바이오연료)의 추진, 소수의 초국적기업들에 의해 독점되어 있는 국제 곡물시장 등의 문제 속에서 불안한 식량수급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지속적인 식량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독립을 하던 시기 아프리카는 전체적으로 식량자급을 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에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되면서 농업구조조정을 통해서 소위 경쟁력을 가진 환금작물을 재배하는 수출농업의 집중 육성과 자유무역을 통해 밀과 쌀과 같은 주곡의 수입이 이루어졌다. 즉 비싼 면화, 커피, 코코아를 수출하고, 값싼 밀과 쌀은 수입한 것이다. 결국은 국가 경제가 불안정한 국제 시장에 온전히 매달리게 되었고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가 닥치면 대규모 기근에 노출되게 되었다.

2008년 식량가격 폭등 이후 필리핀, 아이티를 비롯한 수 많은 나라들의 사례들이 국내에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농업정책은 여전히 신자유주의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최근 쌀 가격하락의 대책으로 정부는 경작지 축소를 내놓고 있으며, 잠정적으로 지금의 쌀값을 유지 혹은 더욱 떨어트리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게다가 정부는 쌀 관세화 개방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또한 새만금을 수출농업단지로 구성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수출농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반면에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식량자급률은 오히려 낮추고 국제적으로 신식민주의라고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해외농지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여기서 생산된 농산물을 국내 자급률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 4대강을 비롯한 난개발로 인하여 지난 정권 시기에 비해 2배에 달하는 농지감소량을 보이는데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채소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역시 수입으로 이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모잠비크의 식량폭동은 세계 식량위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신자유주의 개방농정과 소위 경쟁력 있는 수출농업의 육성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다시 비교우위의 논리로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아닌 국내 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글_홍형석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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