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그건 고랭지 얘기일 뿐이고…

배추 1포기당, 현재 소비자가 1만원 호가
생산농민들 오히려 월동배추 가격 폭락 걱정
상인들끼리 밭뙈기 거래…유통거품 유발
김장김치 봉사 걱정, 불우이웃 겨울 꽁꽁

  • 입력 2010.10.10 09:0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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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현경면 수양리 박광순씨가 월동배추밭을 손질하며 "위험은 농민이, 이득은 상인이 챙기는 시장구조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배추·무값 얼마 길래

지난 2일 배추값은 도매가 기준으로 포기당 평년보다는 302%, 전년에 비해선 373%가 각각 오른 1만5천원에 거래됐다. 무 역시 개당 평년에 비해선 193%, 전년에 비해선 301%가 각각 올랐다.

이처럼 채소가격이 평년에 비해 2∼4배 뛴데는 올해 한파와 잦은 호우, 태풍 등 기상요인으로 배추 작황이 좋지 않은 때문으로 지금의 상황이 11월까지 이어진다면 올 겨울 김장대란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농민들의 입장을 보면 김치대란과는 전혀 다르다.

“밭떼기가 마지기(200평)당 80만원이면 괜찮은 가격이기 때문에 올 150만원∼200만원 거래는 그야말로 노다집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죽 쑨 것을 생각하면 평균 소득은 별것 아니죠.”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광순(현경면, 36)씨는 배추값이 뛰자 정부가 배추를 수입해 푼다는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작년 부부가 하루종일 일해 1톤차(400포기) 한 대를 광주 공판장에 끌고 갔는데 고작 15만원을 받았던 때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박씨는“정부는 생산비도 못 건질 땐 폐기하라더니 돈좀 된다 싶으니까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농민들을 죽이고 있다”며“1년에 한 번하는 김장 10만원 더 쓰면 될 일에 호들갑이 심하다”고 억울해 했다.

그는“정부는 정책도 없고 식량주권도 없는 탓에 유통을 시장상인에게 맡기니까 위험은 농민이 감수하고 상인들은 폭리만 취하고 있다”며“배추가격이 폭락했을 때 자살하는 농민도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않된다”고 말했다.

■상인들 배만 불리게 생겼다

산지 배추 밭떼기 가격은 최근 상인들간 물량 확보전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급등했다.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농가도 있지만 김장배추의 경우 이미 80∼90%가 밭떼기 거래됐다. 이달 안에 출하가 가능한 밭은 마지기당 400만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농업인은 모종을 심기도 전에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값에 상인들과 밭떼기 계약을 마쳐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경, 운남지역 등에서는 올 가을배추를 심으면서 평당 600원(200평 120만원), 혹은 포기당 1천원씩의 계약재배를 했다. 이 마저도 괜찮은 가격이지만 도시 소비자가는 포기당 1만5천원까지 거래되는 것을 보고 배추농가들은 한숨만 나온다.

한 농가는“매년 산지폐기가 되풀이되면서 불안한 마음에 지난 8월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으로 상인들과 밭떼기 계약을 했다”며“결과적으로는 이번에도 상인들 배만 불리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거래한 가격은 80∼100만원 선.

■상인끼리 사고팔기 가격 거품

배추 소비자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데는 밭떼기나 평당가격에 구입한 상인들간의 농간도 크다. 이들 상인들은 밭떼기 포전에 대해 상인들 간에 붙여먹기 가격 거래가 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곧 큰 상인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포전을 장악해 배추밭을 싹쓸이하면서 그 다음 중간상인에게 높은 값으로 팔아치우고 있다는 것.

배추 가공업자 이모씨는“농민들 이야기에 따르면 밭떼기 할 때 상인과 배추를 뽑으러 온 상인이 다른 경우가 많다”며“이는 상인들간에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배추가 출하될 때까지 많게는 세 단계를 거친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상인들간 내부거래가 마치 유통단계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효과를 내면서 소비자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셈이다. 농민들은 400원에 팔아도 소비자는 2000원에 사먹는 이유이기도 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김장배추 부족, 월동배추 과잉

현재 주 출하지인 준고랭지와 10월 하순부터 본격 출하될 가을(김장)배추 산지는 밭떼기거래가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라 수입 배추가 늘어도 농가에는 별 영향이 없다.

하지만 이제 막 거래가 시작된 겨울(월동)배추 산지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신선배추와 무를 중국에서 수입해 오면서 산지 유통인들이 월동배추 거래에 관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기당 200만원도 마다하지 않던 가을배추와 달리 겨울배추 거래는 조심스럽다. 때문에 10∼20%만 계약금으로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폭락세가 되면 계약금을 날리더라도 수확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겨울배추 재배면적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도에 따르면 올 12월부터 출하되는 겨울배추 주산지인 전남의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5% 많기 때문이다.

산지 상인과 농민들에 따르면 올 김장용 배추는 지난해보다 2배 비싼 최하 2000원 이상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며 월동배추는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 가격 하락 우려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무안지역에선 가을배추 244.9ha, 겨울배추 228.6ha가 재배됐으며 올해 재배면적은 현재 조사중이다.

■김장김치 나누기 봉사 어쩌나

매년 연말이면 주위를 훈훈히 녹였던 각 사회단체의 사랑의 김장김치 나누기 행사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새마을부녀회와 여성단체협의회 등 봉사단체에서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 및 마을회관에 공급했던 김장김치 예산도 증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 무안군지회 신경심 회장은“자부담을 늘리더라도 어떻게든 지금까지 해 왔던 량은 채울 방침이다”며“부녀회에 부담은 되더라도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무안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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