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업의 틀을 바꾸는 농협이 돼야

인터뷰- 충북 괴산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

  • 입력 2010.09.21 00:1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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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불정농협의 남무현 조합장은 농협개혁을 이야기하는 진영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다. 괴산군농민회 부회장,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 등의 활동을 했고 지난 2005년 조합장에 당선이 됐다. 지난 해에는 무투표로 2선 조합장이 됐다. 남 조합장이 당선된 후 6년간 농협도 불정면의 농업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조합장 자리에 연연하면 안된다. 소신껏 당당하게 하면 된다. 얼마나 좋은가, 돈 받으면서 농민운동하니”라고 그야말로 당당하게 말하는 남 조합장과의 인터뷰는 8일 불정농협 조합장실에서 있었다.


 

▲ 괴산 불정농협 남무현 조합장
농협문제에 특히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지역에서 담배농사를 짓고 농민운동을 했다. 그러다 1982년 농업경영인 괴산군초대 회장 시절 20일동안 대만 연수를 간 게 계기가 됐다.

대만의 농협은 우리나라 농협과 위상이 달랐다. 당시 국내에서 이슈였던 농가부채에 대해 통역을 통해 질문했었다. “대만 농민들이 평균 농가부채가 얼마냐?”라고 물었는데, 그들은 ‘농가부채’라는 단어 자체를 이해 못했다. 농협에서 돈 빌려 쓰고 못 갚은 게 빚, 이라고 설명을 했더니 그제서야 이해하고 절대 없다고 대답해줬다.

대만은 농민들이 자금을 빌려갈 때부터 최종 농산물 출하까지 단계별 전문가와 철저히 컨설팅을 받으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만약 농협자금을 쓴 농민들이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전문가들이 시말서를 쓰는 등의 패널티를 받는다고 했다.

대만의 경우를 보면서, 최소한 그런 농협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충격을 받았다. 농림부 후원의 연수라 다녀와서 보고서를 내야 하는데 “대한민국 농민으로 태어난 게 억울하다”라고 써서 담당부서를 발칵 뒤집어 놨었다.

조합장 선거에 나갈 때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당선 이후는 어땠는지.
- 농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나보고 농협법을 줄줄 외운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물어서 웃었다. 지금도 여전히 농협법 정관을 옆에 두고 매일 들여다본다. 농협 회계 관련 공부도 열심히 했다.

불정농협 감사를 맡다가 조합장 선거에 나섰는데 농민조합원이 운영하는 조합을 만들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당선되고 첫 6개월은 고전했었다. 그 해 사업계획은 다 짜여있어서 기존의 틀을 바꿀 수 없는 상황이고, 임금을 깎으니 직원들과는 원수지간이 됐고(웃음).

조합원들은 그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의식이 많이 성숙해 있어 기대가 높아있는 상황에, 현실의 벽을 느꼈다. 고심 끝에 농협이 처한 상황을 모두 털어놓고 공개하자고 마음먹었다. 하다못해 3만원을 쓴 내역까지도 모두 공개하며 조합원들과의 공감대를 넓혀갔다.

지역농협의 바람직한 역할은?
- 처음엔 농산물을 잘 파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농협은 막강한 경제력과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해 지역농업을 이끌 계획을 갖지 않으면 농협의 존재 이유가 없다. 한마디로 대안농업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지역 콩은 대체작목이 아니라 소득작목으로 정착됐다. 농협에서 콩과 감자 계약재배로 예측가능 한 사업을 하면서 농민도 소득이 높아졌다.

참여안한 조합원들은 손해를 봤지만 이해를 한다. 농협이 선도하면 농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분위기는 완전히 정착됐다. 영농지원단과 계약재배 등을 통해 조수익을 높인 결과 지난 해 결산을 했더니 예수금이 100억 늘어 모두 깜짝 놀랐다. 직원들도 ‘경제사업만 잘 하면 신용사업이 저절로 된다’는 사실을 배웠다. 농협이란 조직의 잠재력은 이렇게 무궁무진하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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