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류에서부터 홍수방지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

인터뷰 - 수원대학교 이 상 훈 교수

  • 입력 2010.09.06 14:02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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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홍수방지 효과 없어”

정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취지로 홍수·가뭄 예방을 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홍수 피해 복구로 4조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여기에 1~2조를 보태어 이같은 사업을 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가재정이 절약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에서 지난해 6월 발표한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 검토의견서’에 따르면 “홍수피해는 국가하천 본류구간이 아니라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하여 본류구간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이 정부가 주장하는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기능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서면인터뷰를 통해 들어 본다.  〈김황수진 기자〉


정부에서는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실제로 홍수와 가뭄의 피해가 크다고 보는지? 
-우리나라에서 가뭄의 피해보다는 홍수의 피해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02~2006년 5년 동안 홍수로 인한 피해는 연평균 2.7조원, 복구비용은 4.2조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태풍의 빈도가 높아지고 태풍의 강도가 강해지면 이러한 홍수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정비와 다양한 홍수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모두 동의한다고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본류에서는 실제로 홍수 피해가 거의 없다는 주장이 있다.
-1959년의 태풍 사라호 이후 가장 큰 피해는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나타났다. 2개의 대형 태풍으로 인한 제방 피해는 모두 567건이 발생했는데, 4대강 본류의 피해는 단 4건에 불과했다. 1999년에서 2003년 사이 5년 동안의 홍수 피해액에 관한 정부 통계를 보아도, 국가하천의 피해는 3.6%에 불과하고 지방하천과 소하천의 피해가 96.4%에 달하고 있다. 그러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면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하천과 소하천이 있는 지류에서부터 홍수방지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홍수 방지를 위한 대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제방이 무너지는 피해 외에도 홍수피해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생한다. 산사태가 나고, 도로변 절개지가 무너져 내리고, 축대가 무너지고, 배수펌프가 작동 안하고, 하수도가 넘쳐 서 도로와 가옥이 침수되고 등등.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4대강에 16개의 보를 만들고, 4대강 본류의 634km 구간에서 5.4억톤의 토사를 굴착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어서 4대강 사업이 과연 홍수를 막기 위한 사업인지 의심이 든다. 

정부는 왜 4대강 본류 먼저 홍수방지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할까?
-정부측 답변 자료를 보면 만일 대도시 근처의 본류에서 제방이 터지면 피해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본류부터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매우 한가한 주장이며 정책우선순위를 결정할 때에 채택하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을 벗어나는 이상한 논리이다. 정부에서는 수십년동안 본류 구간에서는 200년 빈도의 홍수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제방을 충분히 높여 놓았다. 오랫동안 하천정비 사업은 본류부터 시행해 왔기 때문에 본류의 97%는 정비가 끝났다. 피해는 지류에서 매년 발생하는데 피해의 가능성이 훨씬 적은 본류부터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선택이다.

보는 홍수를 방지하는 데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 있다.
-먼저 국민들이 혼동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4대강 사업의 핵심은 16개의 보 건설과 준설사업인데, 보는 홍수방지를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물을 저장하기 위한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보를 막으면 위쪽으로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수위가 높아지므로 보가 없을 때와 비교하면 홍수시에는 매우 불리하다.
우리가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는 하천을 가로지르는 높이 1~2m 정도의 작은 구조물로서 수문이 없다. 보의 중간을 조금 낮게 설계하여 여수로(餘水路)라고 부른다. 평상시에는 여수로로 물이 넘친다. 홍수시에는 보 전체로 물이 넘친다. 보에 수문을 달면 보가 아니고 댐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4대강의 보는 정확히 말하면 댐인데, 정부에서는 작다는 인상을 주기 위하여 굳이 보라는 이름을 고집하고 있다.

가동보(정확히는 가동댐)는 홍수시에 수문을 위로 들어서 올리므로 저장했던 물이 모두 방류되고 마치 보가 없는 것과 똑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홍수시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하고 있는 4대강 보를 살펴보면 가동보 부분과 고정보 부분이 함께 있는 혼합보 형태이다. 전체 16개의 보 중에서 여주보를 제외한 15개 보에는 혼합보 부분이 있으므로 홍수시에 수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4대강의 준설로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나? 
-강바닥을 준설하는 외에 4대강에서는 수심을 최소 4~6m로 유지하기 위해서 굴착작업까지 하고 있다. 준설은 홍수를 예방하는 근본 대책은 아니다. 본류를 준설해도 홍수시에 상류로부터 토사가 흘러내리고 퇴적되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준설한 효과가 사라지고 만다. 그 후에는 매년 퇴적된 토사를 다시 준설해 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낙동강 하구에서는 매년 20억원을 들여 토사를 준설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준설은 본류의 홍수위를 낮출 수는 있어도 홍수의 양을 줄이지는 못한다. 그래서 2006년에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2020)에서는 홍수대책으로서 준설보다는 강변에 저류지를 많이 만들어 홍수의 양을 줄이는 것이 더 좋은 대책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농지가 가진 다원적인 기능 중에서 홍수방지 기능이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홍수를 예방한다면서 많은 농지를 훼손하여 결과적으로 홍수방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벼는 물속에서 자라는 매우 독특한 농작물이다. 물을 가두어 놓는 논은 홍수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농촌진흥청자료에 의하면 1년 동안 벼가 담수하는 물의 깊이를 27cm로 보고 우리나라 전체 논 면적 134.5만ha를 곱하면 36억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양의 홍수조절 기능을 돈으로 환산하면 15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매년 15조원 상당의 홍수방지 효과를 논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4대강 사업에서는 5.4억톤의 토사를 준설하여 어디에 보관하고 어디에 쓸지에 대한 계획이 없이 무조건 공사를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하천변의 농지를 구입해 준설토로 메우는 엉뚱한 사업을 ‘농지 리모델링’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4대강 사업이 끝날 때까지 어느 정도의 농지가 훼손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4대강에 대형보를 만들면 농경지의 침수 피해는 어떻게 되나? 
-이 문제는 낙동강의 함안보에서 가장 잘 드러난 문제이다. 함안보를 막아서 관리수위를 해발 7.5m로 유지하는 것이 최초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제대의 박재현 교수팀이 모델링을 통하여 검토해 보니 계획대로 수위를 유지하면 함안·창녕·의령군의 40.0㎢가 침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에서는 처음에는 “박교수가 투수계수를 잘못 적용해 계산했다”, “학자의 아이디어 수준”이라며 연구결과를 깎아내렸다가 뒤늦게 침수 가능성을 인정하고서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2.5m 낮춰 해발 5m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4대강 보로 인한 침수피해는 경사도가 낮은 낙동강 유역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는 홍수시에 수위가 높아져도  1~2일이 지나면 평상시의 수위로 내려오게 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완공되어 16개 보의 수위가 상승된 상태로 계속 유지되면 침수효과도 계속적으로 나타나서 농사에는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하여 농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는지?
-물론 모든 사물에는 음양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본다. 16개의 보에 물을 가두어 두면 가뭄시에 인접한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높아진 지하수위로 인한 침수 피해 외에도 강이 저수지가 되면서 수면적이 넓어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강원도의 춘천시 근처에는 의암댐, 춘천댐, 소양강댐으로 커다란 저수지가 생기자 안개가 많이 발생하고 일조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안개가 많아져서 농작물에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는 정량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부정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경북 상주의 곶감, 전남 나주의 배, 충남 공주의 밤, 경기도 여주의 쌀 농사 등은 4대강 사업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훈 교수는 현재 수원대학교 환경에너지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전국 100여개 대학 2400명의 교수가 가입되어 있는 운하반대교수모임에 소속되어 현재는 4대강 사업이 운하의 전단계라고 의심하면서 4대강 사업의 부당성을 연구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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