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보다 강한 농업정책은 없는가

-파헤쳐진 4대강 현장을 가다

  • 입력 2010.09.06 13:08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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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굽이쳐 흐르던 낙동강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고속도로처럼 반듯하게 변한다고 합니다. 이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이에 따라 땅을 내놔야 합니다. 삶의 터전을 자의든, 타의든 버릴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지난 1일 상주시 경천대에서 바라본 모래사장과 농경지의 모습.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사진속의 논과 모래밭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역 농민들이 전했다.

4대강으로 대한민국이 분열되고 있습니다. 굽이굽이 흐르던 전국의 강이 일직선으로 흐를 지경에 놓여 있으며, 낙동강이 흐르며 만들어낸 비경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4대강 사업 주변 농지에서 평생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 내몰리고 있습니다. 보상받은 농지 대금을 가지고 타 지역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알아보지만, 이미 땅 값은 3배 이상으로 올랐습니다. 토지보상금을 받았지만 땅을 1/3밖에 사지 못해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만 들려옵니다.

농민들의 삶은 더 궁핍해질 것입니다. 이미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은 줄어버렸고, 설령 농사를 지은다고 한들 소득이 자연스레 감소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 농민들은 학교 다니는 자식들의 등록금을 위해 주유소로 건설현장으로 돌아다닐 것입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농민이었고 앞으로도 농민일 것입니다.
농지가 훼손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한다고 강에서 퍼낸 흙과 모래를 인근 논과 밭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에서 퍼낸 일부 흙에는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퍼낸 흙과 모래가 논과 밭에 쌓이는 순간 이미 그 농지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중금속이 함유된 흙, 모래가 자연스레 논과 밭을 오염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농지를 관리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는 더욱 가관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는 농지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저지대 농경지의 침수예방과 농가소득향상, 지역경제 활성화 등 1석3조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흙과 모래를 논과 밭에 쌓고 이를 다시 농지로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데, 이는 다시금 농지로 환원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농민과 지역 주민사이에, 농민과 농민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의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은 지금 농사짓고 있는 땅마저 떼이게 되면 먹고살 일이 막막해져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자작농은 이번 기회가 절호의 기회라며 이참에 ‘벼락부자’한번 되어 보자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농지는 농사짓고 생명을 잉태하는 곳이 아닌, 돈을 벌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 버렸습니다. 농민간의 갈등, 농민과 주민간의 갈등으로 치닫다보니 수 백 년, 수 천년간 이어져 오던 지역공동체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지역사회에 자본이 투입되면서 농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농민과 이참에 우리 지역도 개발한번 되어보자는 집단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찬성하는 농민들은 이 사업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이 지역을 떠나라고 상대측을 몰아세우고 있으며, 기초지자체에서는 마을 이장, 부녀회장 등을 동원해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관제데모’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 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지금까지 집행되던 지자체 예산이 사라졌습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방학때 지급되던 급식비가 전액 삭감됐습니다.

겨울철 어르신들의 사랑방이던 마을 노인정에 지급하던 기름 값 또한 없어졌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늘 강조하던 친 서민정책이 허울뿐이었단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이제 어린이와 노인들은 다가올 추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실시할 때 내세웠던 홍수저감 효과는 전문가들에 의해 조목조목 반박되고 있습니다.
홍수를 방지한다면서 매년 수해 피해의 97%를 차지하는 지류는 내버려두고 엉뚱하게 본류의 강바닥만 파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10m가 훌쩍 넘는 ‘보’라는 이름의 ‘댐’에 가로막혀 높아진 강물로 주변 농경지와 가옥은 더욱 침수 피해를 걱정하게 됐습니다.

이에 더해, 흐르지 못해 강바닥에 누적될 퇴적물로 시간이 갈수록 강물은 물그릇을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홍수 방지 기능을 훌륭하게 담당해오던 논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농정신문은 이번 9월 특집호 주제를 4대강으로 선정했습니다. 4대강으로 난자당하고 있는 국토와 농지, 그리고 농민과 국민들의 모습,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내세웠던 ‘홍수문제’ 등을 지면에 담았습니다.
 한국농정신문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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