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농가 긴급 좌담회

"살처분 과정.보상기준, 총체적.근본적 잘못"

  • 입력 2010.06.07 14:21
  • 기자명 원재정.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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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농가 긴급 좌담회

일시 : 2010년 5월 31일
장소 : 용산역사 회의실
참석자
         - 포천 : 심장선 포천구제역피해   농가 대책위원장
         - 포천 : 김영석 낙농 56두
         - 충주 : 박종윤 낙농 120두
         - 충주 : 박상순 낙농 143두
         - 강화 : 한재은 낙농 212두
         - 강화 : 한상수 양돈 4100두
사회 : 심증식 본지 상무이사
정리 : 원재정·최병근 기자  /    사진 연승우 기자

▲ 좌담회 참석자(사진 왼편부터) _ 심장선, 김영석, 박종윤, 박상순, 한재은, 한상수

 

우울증.자살 발생… 농촌사회 삭막해져가
정신적 피해까지 포함한 보상기준 현실화 필요
종사원들 생계위해 정부가 인건비 보장해 줘야

심증식=구제역 감염경로가 정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 방역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박상순=문제가 있다. 무조건 살처분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산 짐승 가운데 노루, 고라니 등 야생동물도 살 처분해야 한다.
한상수=인근 국가들의 여행, 교류, 밀수, 황사 등 감염경로가 다양하다.
일단 주변국들에서 구제역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생고기도 보따리에 가지고 들어오는 마당인데 (국내)공항에서의 방역은 발판소독 정도 수준이다. 역학조사 결과는 50% 정도밖에 믿을 수 없다.
한재은=공항 방역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들이 외국에 많이 다니는 추세이다. 동남아지역은 구제역 발생 지역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처럼 농식품부 검역팀이 검역을 실시해야 한다.
심장선=들어오는 입국자들에게 소독을 해야 근본적인 원인을 잡을 수 있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 부터 검역을 철저히 해야 안전하지 않겠나.
■ 한재은= 양돈농가에서는 엄청나게 방역을 한다. 다수 농가들이 일주일에 한 두 번 이상은 한다. 구제역을 막기 위해 외국에 다녀온 사람들 모두를 소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축산과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다 해야 한다.

■ 심증식=강화와 포천이 정부의 발표대로 외국으로부터 구제역이 감염됐다면, 나머지는 국내에서 전파된 것이다. 이는 국내 방역의 허점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한재은=정부에서는 강화에서 옮겼다고 추측한 것 뿐이다. 어떻든 오염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김포는 거리상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지역은 단정 지을 수 없다.
방역협의회 사람들은 전파속도를 굉장히 중요시한다. 방역협의회 관계자들은 바람, 공기를 감염연계 체계로 보고 있다. 강화에도 엄청나게 많은 소독약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방역협의회가 예상한대로 전염경로가 나온다더라. 공기를 통해서 오염이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더라.
■ 한상수=양돈농가 입장에서 보면 돼지가 3천배의 전염속도를 가지고 있다는데 실질적으로 우리가 바이러스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3천배의 속도로 감염이 된다는 것은 이론상의 최대치 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 지난 달 31일 서울 용산역사회의실에서 한국농정신문 주최로 경기 포천, 인천 강화, 충북 충주의 구제역 피해 농가들이 모여 긴급 좌담회를 열고 있다.

 

 

■ 심증식=살처분 당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 해 달라.
■ 김영석=살처분과 관련해서 누구와 의논을 할 사람이 없었다. 시장한테 전화해서 대책을 가지고 와서 살처분 하라고 하니까 시장이 하는 말이 자기네도 정부시책이기 때문에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더라.
마침 장태평 장관도 온다고 해서 장관과 대화를 했다. 장관이 100% 다 보상해준다고 명령하는 투로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아무리 그래도 사유재산 아니냐 라고 다시 묻자, 살처분은 명령이라고 고압적으로 이야기 했다.
장태평 장관이 다 보상해준다는 말로 끝이 났다. 얼마 후 경기도지사가 내려와서 살처분 협조를 요청하더라. 어쩔 수 없이 살처분 했다. 우리는 대책회의를 할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살처분 한 것이다. 그 다음날  인근에 농가 2집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거기도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장태평 장관이 100% 다 보상해준다는 말과 농가대표를 보상위원회에 넣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따랐다. 하지만 피해농가는 배제된 채 낙농육우협회 등 단체를 통해 보상안이 협의됐다. 
■ 심증식=강화는 어떤가.
■ 한재은=대책위를 만들어 대표를 뽑고 축종별 대표 3명씩을 뽑아서 군청과 1차 회의를 했다. 대책도, 대안도 못내는 상황에서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날 저녁에 (정부에서)방역협의회가 내려오니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저녁 8시 즈음에 회의를 시작했다. 이튿날 새벽 4시30분까지 회의를 했지만 결렬됐다. 하지만 아침에 다시 모여 합의를 했다.
비상대책위를 잘 꾸렸다. 지금도 서로 잘 준비하고 있다. 당시에는 수시로 전화해서 낙농, 돼지, 한우, 사슴, 육우 등 관계자들과 상의했다. 어떤 사람은 패물을 팔아서 만든 소를 어떻게 묻어 버리느냐고 버텼지만 결국 대책위에서 설득해서 묻었다.
박종윤=충주시에서는 회의를 하는데 피해농가들을 절대 못 들어오게 하더라. 복도에앉아서 기다렸다. 우리는 살처분 못한다고 했는데, 도지사와 시장이 살처분만 해주면 뭐든지 다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농식품부 차관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시장실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차관이 오자, 우리 살처분을 못한다고 했다. 그러자 차관이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회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 심장선=농식품부 장관, 경기도지사까지 다 와서 철두철미 약속했다. 정부만 믿고 살처분 해달라고 하더라. 그랬는데 정부 고시가 발표됐다고 축산과에서 부르더라. 보상위원회에 농가대표 두 명을 포함시키기로 했는데, 그걸 안하고 고시부터 하더라.
보상기준을 놓고 자꾸 따져 물었다. 그러나 정부에서 우리 의견을 반영시키지 않아, 국회 농식품위 이낙연 위원장을 만나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이낙연 위원장 주선으로  농식품부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자기네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가버렸다.
당시 농가들이 제3자(낙농육우협회)와 합의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따졌더니 정부는 개별 농가는 상대안하다고 무시하더라.
■ 박상순=살처분 과정, 보상 등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2000년 구제역이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을 하지 않고 버텼던 소가 있다는 말도 있다. 그 젖소가 최근까지 젖을 잘 생산해 냈다는 소문도 들었다.

■ 심증식=살처분 과정과 문제점을 말해 달라
한재은=강화는 매몰이 심각했다. 장비도 엄청나게 들어왔고, 24시간 장비를 가동 하였다. 우리는 아침부터 구덩이를 2단으로 팠다. 묻을 곳이 없어 매뉴얼 보다 깊이 판 것이다. 다른 지역을 보면 시 공유지에 묻는 경우도 있는데 강화는 모두 집 옆, 개인 땅에 묻었다.
■ 한재은=4월인데 눈, 비가 많이 왔다. 웬만한 곳에서는 물이 나오더라. 마땅한 땅이 없는 사람은 논에도 묻었다. 땅을 파면 물이 나왔다. 그래서 어느 집은 3군데를 파기도 했다.
군병력과 인력을 지원 받아가며 매몰 했는데 진척이 늦어 나중엔 농가들이 함께 도와줬다. 자기소를 자기가 죽여가며 매몰했다.
■ 박상순=농가에서 매몰지를 확보하라는데 버텼다. 그래서 시유지에 매몰했다. 농가들은 소만 내줄테니까 매몰은 알아서 해라 했다. 우린 안보겠다고 버텼다. 도장 찍어주고, 농가들은 소만 내어주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버렸다.
■ 한상수=조류독감, 콜레라 등이 발생했을 때 실제 사용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었다. 그러나 구제역 상황이 떨어지는 순간 혼란이 시작됐다. 상황실도, 농가도 마찬가지로 체계가 없었다.
구제역 같은 피해가 또 발생되면 안 되겠지만 이번을 계기로 중앙정부, 농가 등의 역할이 담겨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각 농가에 엄청난 두수의 소가 있는데 시간을 재촉하며 정부는 신속히 매몰하길 원한다. 장소도 없고 혹시 있더라도 사후관리에 대한 대안도 없이 무조건 묻을 수 없었다. 지자체도 중앙정부도 문제 있다.

■ 심증식=사후 환경문제, 동물 복지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 한상수=4천1백마리의 돼지를 키우고 있는데 안락사 시켜서 묻는 것이 어렵다. 매뉴얼에 따라 살처분 하려면 한 달이 가도 못할 것이다. 보상이 제대로 안되면 우리도 할 말이 많다. 방역관계자들은 사태의 심각성만 얘기하고 환경문제나 보상 등의 문제는 지자체 몫으로 던져주더라.
■ 심증식=따지고 보면 정부도 딱하지만   농민들을 지키고 보호해줘야 한다.
■ 한재은=군에서 책임지고 매몰지역 인근에 상수도를 설치해 주기로 했다. 일부 농가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시와 협의 중이다. 우리가 살처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 명령에 의해서 묻은 것이니까 상수도는 무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김영석=매몰 한 다음에 거기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빼내서 처리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매몰 과정에서 비닐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는데, 찢어지지 않는 비닐 팩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심증식=보상문제와 관련 낙농은 객관적 시장가격이 없어서 제일 어렵다. 애매한 기준으로 보상해야 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산차 등 문제가 많다.
■ 김영석=정부 고시안을 보니까 금액까지 나와 있었다. 낙농 보상가격에 대해 너무 억울해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보상기준 산정을 말도 안 되게 해 놓았다. 우린 법에 호소할 각오도 되어있다.
■ 한재은=슈퍼소도 묻었다. 2010년 말에 우유생산량 1위 소로 등극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소도 노폐우로 취급해서 보상한다. 보상가격 70만원이다.
고기 값도 안쳐주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 자체가 문제다.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반드시 인정해 줘야한다.
■ 심장선=낙농은 시장이 없다. 소 중개인을 통해 매매가 이뤄진다. 실제 거래 가격을 조사하려면 전국 각 지역을 조사해서 합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가격이 나오지 않는다.
■ 한재은=농협 조사가격으로 보상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농협에서 산지가격을 조사하는 사람도 농협 조사가격이 보상의 기준가격이 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인정한다.

■ 심증식=정부입장에서는 객관적 기준가격이 없으니까 농협 조사가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농협 조사지역과 조사농가수를 더 늘려서 바꾸겠다고는 하는데,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 한재은=아무리 조사원을 늘려도 가격은 올라가지 않는다. 농가에서 농가로 넘어가는 가격을 낙농육우협회에서도 제시해야 한다. 젖 짜는 소가 매매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매 되는 젖소는 그 목장에서 유량이 떨어지는 소이다. 그런데 살처분한 젖소는 수년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 놓은 우량 소다.
■ 한상수=양돈은 무너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면 일관 사육하는 농장은 최소 2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지금 시가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 이것뿐만 아니라 휴업보상도 해줘야 한다.
양돈은 식량산업이다. 입식자금을 50~100% 지원해 준다던지, 관리에 대한 부분까지 정부가 충분히 지원 해주면 농가들이 ‘걱정하지 않고 다시 제자리 잡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재은=생계유지비 6개월 치를 준다고 하는데 6개월 후에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다.  입식부터 투자를 해서 일정정도 기간이 지나야 돈이 나온다. 휴업에 대한 보상을 분명히 해주어야 한다.

■ 심증식=농장에 고용된 인부들은 어떻게 했나.
■ 한상수=현재 농장에 직원이 5명이 있다. 살처분이 끝나면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인건비로 월 900만원이 든다. 그것도 부담되지만 그 인부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구제역이 발생되기라도 하면 난 죽일 놈 된다. 그래서 일부러 월급을 주면서 데리고 있다.
이런 부분도 농가에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나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인데 그럴 수 없더라. 그 사람들은 당분간 다른 농장에 가서 일할 수도 없다. 종사원들에 대해서는 일정정도 생계보장을 위해 인건비의 70% 수준으로 고용보험에서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
심증식=충주는 어떻게 되고 있나.
박상순=이제야 보상금 산정 내역이 나왔다. 충주 시청에서 강화와 충주 상황을 봐가며 하는 것 같다.

■ 심증식=정신적 피해 문제는 없나?
한상수=살처분 현장을 봐서는 안 되는데 농민들이 봐버렸다. 그리고 적막이 흐르는 동내에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생활의 패턴이 바뀌었다. 삶의 리듬이 끊어지다 보니 농가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한다고 하지만 술자리가 많아지고 방황이 이어지고 있다.
축산 기반 만들고 여기 오기까지 최소 20년 이상을 고생 했는데, 이를 말로다 표현할 수 없다. 저녁에 나가면 정말 동내가 삭막하다. 조용한 게 아니라 삭막하다.
■ 한상수=솔직한 이야기로 침통하다.
■ 박상순=공감한다. 우리는 3농가가 낙농을 78년부터 시작해 아랫집, 윗집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았다. 구제역 발생 후 어떻게 한 달이 갔는지도 모른다. 착유기와 냉각기가 있는데 부식되지 말라고 하루에 한 번씩 가동시킨다.
모든 조건을 봤을 때 다시 회생할 수 있을까 불안감이 든다. 답답하다.
■ 한재은=이제 더 큰 문제가 올 것 같다. 매일 새벽부터 착유를 하며 하루 일을 시작 했는데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야 한다. 할 일 없어 부부가 동네를 두 세 바퀴 돌고 들어온다.
난 정신적인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신앙에 의존하데, 화재가 나서 자살한 분은 우리 앞에 마을에 사는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부부싸움을 했고 결국 자살까지 간 것이다.
그런 피해농가가 더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정신적 치료 받는 분들이 많다. 시간이 갈수록 정신적 피해자는 더 나올 것이다. 바쁘고 시간이 없으면 생각이 안 날 텐데 앞으로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 충격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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