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손으로 일군 조합 개혁, 지금부터 시작"

#인터뷰 - 상주 함창농협 김주현 조합장

  • 입력 2010.05.31 18:4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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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함창농협 조합원들은 지난 5월 1일 바쁜 일손을 멈추고 뜻깊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20년만에 새로운 조합장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신임 김주현 조합장은 2002년부터 이사로 활동을 시작해 대의원협의회장 등을 거치며 농협개혁을 위해 동분서주 했다.
조합원들도 잘못된 농협을 고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협동조합에 대해 토론하고 교육을 받는 등 8년간의 줄기찬 노력으로 개혁운동에 동참했다.
조합장을 바꾼 함창농협의 이번 성과를 혹자는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렸다’고 표현했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주현 조합장에게 들었다.

▶취임식이 대단했다고 들었다.
20년 만에 새 조합장으로 바뀌니 지역적인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엔 170명만 초청장을 보내고 최소의

▲ 상주 함창농협 김주현 조합장
자리로 준비했는데 1천여명이 함께 했다.
조합에 새로운 기대를 하는 조합원들의 심정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취임 소감이 남달랐을 텐데.
농민 조합원들의 손으로 일군 농협개혁이 이제야 본 궤도에 들어섰다. 8년만이다. 지금까지 참 어려운 시간들이었지만 앞으로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취임식 때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협동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원칙을 명심하고 조합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해 투명한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협동조합의 투명한 경영은 법과 규정, 정관을 준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농토 구석구석을 쫓아다니며 실천하는 조합장이 되겠다는 말과 함께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조합장이 아닌 내가 앞에서 헤쳐 나갈 테니 따라와 달라고도 했다.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뒤에 물러서 있는 게 아니라 ‘나를 따르라’를 외치며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이다.

▶함창농협에 대해.
함창농협은 우리나라 민간 협동조합의 효시로 지난 1927년에 세워졌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던 지식인들이 귀국해 농민 계몽을 목표로 협동조합을 처음 만들었다.     ’93년 인근 농협과 합병해 지금의 함창농협이 됐다. 우리 조합은 현재 2800명의 조합원이 있다. 깊이 있는 역사를 조합원들도 자랑스러워한다.
2002년 이후 지속적인 적자결산으로 어려워지고 비리사건 등으로 언론에 불명예스럽게 오르내렸지만, 앞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함창농협을 기대해 달라.

▶조합장에 당선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2002년 2월 1일자로 이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회의를 공개하자고 강력히 제안했다. 조합 운영에 대한 회의인데 조합원들이 당연히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회의가 개방되자 수십명의 조합원이 참관하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회의내용에 주목하고 있으니, 안건에 대해 부당한 표결이 이뤄질 수 없었다.
대의원협의회장도 하면서 조합의 부실운영과 비리 사건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처음엔 깨질 것 같지 않던 요지부동의 조합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20년 만에 새 조합장을 탄생시켰다.

▶현재 상황과 계획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고여 있던 물이 깨끗할 리 없지 않겠나. 2002년 이후 적자운영에 대한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산적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농협 운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철저한 이행계획서를 수립해 조합원들과 난국을 헤쳐 나가겠다. 먼저 총회를 통해 현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함창농협 조합원들이 8년간의 긴 싸움 끝에 값진 성과를 얻었다.
농민을 위한 조합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
전국에 있는 농민조합원들이 내 집 살림 걱정하듯 조합운영에 참여하길 바란다. 이를 위해 예·결산서에 대한 관심부터 필요하다. 협동조합 문제는 농민의 시각에서 농민들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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