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아래, 돌담 근처 금낭화를 심는 이유

집 주변에서 찾는 음식보약-7

  • 입력 2010.05.31 08:51
  • 기자명 배준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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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錦囊花)는 연약하고 가녀린 줄기에 진분홍 비단 주머니 모양의 꽃을 올망졸망 매달고 있는 참 예쁜 꽃이다. 꽃의 모양이 심장을 닮아 영어식 이름은 ‘bleeding heart’인데  우리말로는 ‘피가 흐르는 심장’이 되겠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이 꽃을 보면 단아하고 수굿한 아리따운 여인을 떠올리게 된다.

금낭화의 어린 순은 며늘취라고 하고 꽃은 4-6월에 개화하며, 금낭화의 뿌리 줄기를 가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하포모단근(荷包牡丹根)이라고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약성(藥性)은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풍을 제거하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상처의 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옴, 종기, 버짐 등 여러 종류의 피부병을 치료한다.

전초(全草)를 물을 넣고 달여서 마시거나 술로 담아 마시면 위통과 진정진통약으로도 쓸 수 있다. 꽃은 그늘에 말려 차로 이용하거나 설탕과 섞어 발효시켜 효소음료로 만들면 향기 좋은 차가 된다.

금낭화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유명하지만, 훌륭한 나물재료이기도 하다. 금낭화의 꽃대가 올라오기 전, 이른 봄에 나는 어린 순을 며늘취라고 하여 이것을 뜯어 데쳐서 된장에 무쳐서 나물로 먹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된장국의 국거리로 쓰기도 하고, 잘 말려 두었다가 한겨울에 묵나물로 먹기도 한다.

▲ 금낭화

 

며늘취 묵나물 요리는 ①물에 담가 불린 묵나물을 잘라서 갖은 양념을 한다 ②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다진 파를 볶아 향을 내고 묵나물을 볶은 후 들깨가루를 풀어낸 물을 넣고 조금 더 볶는다 ③참기름, 통깨를 뿌려 완성하며 이렇게 하면 맛이 매우 좋다. 금낭화는 약간의 쓴 맛과 독성을 가진 식물로 알려져 있지만 물에 하루 이틀 가량 우려내면 독성과 쓴맛이 없어진다.

금낭화는 산기슭 반그늘 습기 있는 곳에서 군락지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으며 산간지방에서 자생하는데, 요즈음은 도시에서도 공원의 화단에서 관상용으로 키우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김재란의 <금낭화>라는 시에 보면 ‘연분홍 빛 얼굴/너무나 맑아/하얗게 내비치는 속마음//울 없는 시골집/양지바른 토방 아래/유순한 기다림 곱기도 해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 시에서도 알 수 있듯 옛날 우리 선조들은 금낭화를 울타리 아래, 돌담 근처에 심어 늘 가까이 두고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꽃은 눈으로 즐기고 뿌리와 줄기는 약재로 활용해왔다. 요즘 금낭화는 그저 아름다운 꽃으로만 알고 있지만 관상용 화초로만 머물기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이렇듯 우리 조상들은 집 근처에 여러 풀과 나무를 심고 가꾸어왔는데, 그것들은 항상 다양하게 쓰였고 하나하나가 그 존재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실용과 아름다움을 모두 즐겼던 조상들의 지혜를 배워보면 어떨까.

아파트라면 화분에, 마당 있는 집이라면 텃밭에 금낭화를 심어 봄에는 어린 순으로 야들야들 보들보들 나물로 무쳐먹고 꽃피면 어여삐 바라보고, 계절 상관없이 묵나물로 만들어 두고두고 먹어보자.

그러다보면 우리 조상들이 울타리 아래, 돌담 근처 금낭화를 심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금낭화는 그냥 하나의 꽃이 아니라 대자연의 일부임을, 금낭화를 통해 작으나마 자연과 함께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배준이 약선식생활연구센터 사무국장

http://blog.daum.net/yack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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