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향기

  • 입력 2010.05.23 20:28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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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남편은 친환경 농법에 대해 다소 적대적 감정이 있다. 왜냐하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환경 친화적 농

▲ 구점숙(경남 남해군 상동면 봉화리)
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관행농법에서 지원을 받던 사람들이 또다시 지원을 받기위한 방법으로 친환경을 선택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건강하게 갖은 고생하며 환경친화적으로 농사짓는 분도 많으시지만.)

게다가 친환경 단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쌀이 판로가 없어 미곡처리장에 쌓여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분개를 하며 친환경 말도 못 꺼내게 한다.

친환경농사 말도 못하게 하던 남편

하긴 내가 생각해도 현재 진행되는 일련의 친환경 농법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 환경친화적 농법이라는 것이 미생물과 식물, 동물 그리고 사람과 자연과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이 주가 아니라 특정농법으로 생산된 고품질의 농산물을 값싼 외국농산물 홍수의 시대에 틈새시장을 점유코자 하는 시장지향적 농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남편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상 남편이 배알이 틀리는 대목은 친환경 농업의 본질과는 다른 대목이다. 정부보조금 배분의 불균형이 핵심이다.

왜 아니겠는가. 농가소득이 2천만원이 안되는 농가가 80%라고 하니 대부분의 대농들은 정부보조금으로 농업을 유지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 모양새가 친환경농업에서도 재현되고 있으니 배알이 틀릴 만도 하다.

재작년만 해도 그렇다. 2008년 그 가뭄에 정부에서 나오는 지하수개발자금이 동네에 서너 집 배정되었는데, 아뿔싸 다들 말 꽤나 하는 양반들의 논밭에 지하수를 판다고 요란했으니 마을사람들은 분배의 원칙에 대해 문제제기도 못한 체 그냥 부러운 듯 바라보기만 했다.

하다 보니 보조금 지원을 많이 받는 친환경농업에 대해서도 그 날카로운 잣대는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이다. 하긴 우리 생활 주변에서 본말이 전도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남편에게 자연친화적인 유기농법을 권장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천혜효소를 담궈 보자,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자, 집 주위 잡초에게 풀약을 치지 말라고 당부해도 그 때 뿐이다.

그러려면 그만큼의 노동력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나는 몇 년째 여성농민회 활동을 전업으로 하다시피 하니 취미생활 보다 못하는 수준의 농사일 참가로는 감 놔라, 배 놔라 해도 쇠귀에 경 읽기다.

그런 남편이 무슨 마음이었던지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환경농업교육에 가본 모양이다. 아마도 찰거머리 같은 나의 요구가 한 몫 했겠지만, 정작 본인도 요 근자에 회자되는 식품의 안정성이나 화학농업의 피해, 또 이상기후에 대한 대책을 인위적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가 싶다.

교육에 다녀와서는 참가한 면면들이나 진행하는 교육내용들의 일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농사철학이 제대로 자리 잡은 양반이 별로 없더라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

“그래도 친환경 농사를 지어야겠다”

그리고는 우렁이를 키우는 회원에게 우렁이 값을 묻는다. 제초가 확실한지 묻느라고 분주하다. 물 사정이 안 좋은 우리 논에 우렁이 농법으로 농사지으려면 초여름 제초하느라 허리 꽤나 아프겠다. 나의 일요일은 아마도 제초로 채워질 모양이다.

회원에게 우렁이 값 물어보는 남편

그래도 기분 좋다. 나는 천혜효소부터 담궈 볼 작정이다. 큰 장독에 미나리랑 쑥이랑 시작하면 시어머니께서도 동참하실 것이다. 아니 대부분 감당하실 것이다.

떨어지는 쌀값과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를 생각하면, 아니 전쟁같은 농사일을 생각노라면 당장이라도 팽개치고 싶지만, 별 뾰족한 대책도 없을뿐더러 그래도 농사와 더불어 내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노라면 이 맛이 농꾼들의 농사짓는 쏠쏠한 재미가 아니던가.

 구점숙 경남 남해군 삼동면 봉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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