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농토가 4대강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팔당유기농지에 측량을 허가하고 나서자 이 지역 농민들이 반발했다.
지난 11일 팔당지역농민들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점인 경기도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농기계 출정식을 열고 팔당지역 농지를 언제든지 측량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경기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는 농기계 도보순례에 앞서 열린 출정식에서 “우리 농민들은 경찰력에 부딪혀 농기계 순례마저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농민들이 이렇게 하려고 하는 이유는 이렇게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절규했다.
김경순 전여농 회장도 참석해 현재 농촌현장의 상황을 전한 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삽질로 농민들의 삶마저 파탄 내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인근지역 교회의 김선구 목사는 “하나님은 삶의 독점권을 인간에게만 부여하지 않았다. 모든 피조물에게 부여했다. 지렁이도 삶을 영위할 권한이 있다”며 “모든 자연과 공평한 계약을 했지만 잘못된 신앙으로 자신들이 계약을 독점했다는 몰지각한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정식을 마친 팔당유기농지역 농민들과 참가자들은 트랙터를 몰고 경기도청으로 향하려 했으나 경찰력에 저지당했다. 이에 농민들은 “내 논에 농사지으러 가려고 하는데 왜 못 가게 하느냐”라고 경찰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유영훈 팔당공대위 대표는 이에 “위법을 저질러 벌을 받는다면 달게 받을 테니까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 측은 끝내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날 출정식에는 천주교 신부들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안동섭, 진보신당 심상정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과 조현선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위두환 전농 사무총장 등도 참석해 4대강 사업 반대에 힘을 보탰다.
한편 경기도는 11일 오전 실시하려던 강제측량을 6.2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