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농민 절박한 생존권 악용하는 경기도

  • 입력 2010.04.12 15:38
  • 기자명 방춘배 팔당공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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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팔당유기농민 대체부지 이전합의’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물론 ‘유기농가 대체부지 이전 강압 논란’이란 제목도 보이지만 대체로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사실 확인도 없이 그대로 옮겨 실은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마치 4대강 사업에 반발하던 팔당유기농민들의 싸움이 극적으로 타결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팔당공대위로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도 빗발친다.

하지만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유기농시범농장조성추진위원회’와 체결한 협약식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아주 상식적인 선에서 이번 사태를 이해할 수 있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절박한 상황에 몰린 농민들을 들러리 세워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이유는 이렇다.

무실체위원회 급조 비밀 MOU체결

첫째, 협약서 체결 과정이 철저히 은폐된 채 진행됐다. 8일 협약식 자리에 참석하는 농민들 대다수는 바로 하루 전인 7일 휴대전화를 통해 참석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대체부지 신청자 회의’라는 것 외에 협약서 체결이나 유기농시범농장조성추진위원회에 대해서는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

협약서를 체결한다면 어떤 내용인지가 사전에 고지되고 합의되는 것은 상식이다. 또한 협약의 당사자가 남양주시와 추진위원회인데, 추진위원회 구성에 동의하는지, 어떻게 구성되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의 추진위원회 구성절차를 거쳐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사용되는 유기농시범농장 추진을 위한 협약서 체결이 당사자조차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되고, 협약식조차 비공개로 불과 30분 만에 끝났다는 사실은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단지 농민들을 들러리 세워 다른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철저히 은폐되고 비밀리에 협약식이 진행될 이유가 없다.

둘째, 이날 체결한 협약서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부실한 협약서를 급조한 것이었다. 최근 남양주시가 캠퍼스 조성을 위해 서강대학교와 체결한 협약서를 보면 위치와 면적, 조건 등이 상세하게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유기농시범농장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서에는 ‘사업 성공을 위해 상호 노력한다’는 것 외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조차 모두 빠져 있다. 최근 남양주시 담당공무원은 ‘대체부지는 사유지로 지금이라도 주인이 못한다면 전면 백지화 된다’고 말했다.

부실로 작성된 MOU내용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추진한다는 유기농시범농장은 첫걸음도 떼지 못한 상태인데 이미 확정된 것처럼 확대 홍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진정으로 농민들을 위한다면 대체부지를 우선 확보하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작업을 하루빨리 서두르면서 농민들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순서이다.

실체조차 없는 추진위원회를 급조하여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부실한 협약서를 체결하는 것은 농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행정에 대한 불신만을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발 더 나가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2011년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 개최 장소인 팔당유기농단지를 보존할 방법을 찾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셋째, 협약서 제2조 협력분야에 ‘을(유기농시범농장조성추진위원회)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정부시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제1조는 협약서의 목적에 대해 ‘경기도의 유기농업 발전 및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목적에 기여하는 것과 4대강 사업에 협조하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며 팔당의 유기농민들이 반발하자 ‘화학농법이 유기농법보다 친환경적이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만약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정부의 논리를 수용한다면 오히려 ‘유기농업 발전’이 아니라 화학농법 보급에 나서는 것이 친환경농업을 실현하고 농업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기농시범농장 조성 협약서에 생뚱맞은 ‘4대강 사업 찬성’ 조항을 끼워 넣은 것은 결국 팔당농민들의 입을 막고 족쇄를 채워 팔당과 나아가 천주교와 기독교 등 종교계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경기도와 남양주시가 권력의 편에 서서 힘없는 팔당농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수십 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과 소중하게 지켜온 유기농업의 가치, 도농공동체를 파괴하는 데 앞장설 것이 아니라, 팔당유기농업의 보존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것을 촉구한다.

방 춘 배
농지보존친환경농업사수를위한팔당공대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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