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보다 퇴행하는 농축수협 선거

50당 20낙 조합장 선거
받고 보자는 농어민 의식도 문제

  • 입력 2010.04.05 09:38
  • 기자명 김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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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에서는 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탈법 불법 선거로 인한 후보 간 고발로 농민들이 경찰서로 끌려가 농심이 흉흉하다. 이미 충남에서는 연기군, 청양군, 홍성군, 예산군, 당진군의 일부 농·축협에서 후보자가 구속되고 당선자가 자살하는가하면 금품선거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다른 시군의 농축수협조합장 선거도 정도의 차이이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지역선관위와 사법당국이 다가올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 어느 때 보다도 부정 선거에 대한 엄단 방침을 밝히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관련 조합 직원들과 농민들은 수입 농축산물로 인한 판로확보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때에 이런 부정선거시비가 발생하여 영농의욕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걱정이다. 당진군에서는 금년 2월에 6개 농협이 동시 선거를 실시하여 4곳에서는 현직이 2곳에서는 새 인물이 당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가 끝나고 각 조합에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품부정 선거의혹이 제기되고 경찰이 불법 금품 선거를 수사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우강농협은 지승복 조합장이 부정선거로 구속되고 리 동별로 농민들이 경찰서로 소환되어 조사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이번에 경쟁자로 선거에 출마했던 지충원 전 농촌지도자회 충남도연합회장은 “앞으로 부정선거 없애려면 조합장들의 연봉을 실비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조합장을 비상임 명예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연봉이 많으니까 돈이라도 뿌리면서 당선되어 한몫 챙기자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농민조합원은 시골에서 진짜 농사꾼은 출마를 엄두도 낼수 없다며 순전히 사이비 농사꾼들이 조합장 이사 감사 행세하며 지역에서 유지 노릇하려고 돈 주고 명예를 사는 꼴이란다.

심지어 홍성에서는 이사 감사 선거에서 ‘50당 20낙’이라는 유행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역 조합에서 이사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황 모씨는 “이사회의 참석 실비가 1일 30만원인데 최소한 한달에 한번씩 이사회가 열리면 1년에 360만원이고 임기동안 1천5백여 만원은 되니까 대의원 30명에게 50만원씩 돌리면 당선은 보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의 신문 게시판에 이런 내용을 올려도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조사를 맡았던 경찰관은 각 조합의 농민들 의식이 문제라며 돈뿌리는 조합장이 당선되니까 후보자도 그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농민단체 간부들이 후보에게 돈거래를 조직적으로 요구하는 선거 부로커 농민도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들은 선거철만 되면 마치 표가 자신들 주머니에 있는 것 처럼 후보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진농촌지도자회 조봉현 회장은 “그나마 조합장과 후보들이 조합원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결과이고 그래서 농협이 신용사업보다 경제사업을 확대해야 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농민운동가이며 지역농협 감사를 의욕적으로 해왔다는 충남 우강농협의 이덕기 전 감사는 이번 선거에서 아쉽게 2표차이로 떨어졌다며 “원인은 물론 돈을 뿌리지 않았고 평소 공정하고 엄정하게 감사를 하다보니까 임직원들이 좋게 보지 않더라”는 것이다.

감사직의 특성상 조합 사업과 관련하여 냉철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보니 주변의 인심을 얻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조합 선거에서 농민단체들은 대체로 조직의 정체성을 잃고 지연 학연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고 실제로 충남의 J농협에서는 전직 군 경영인회장이 출마했음에도 경영인 조직이 전혀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충북 음성축협에서는 노조지부장 출신이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는 이변도 나왔다고 한다. 충남과 충북의 많은 조합장 후보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농민조합원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고는 협동조합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후보자들과  선거공약을 제대로 검증 할 수 있는 선거운동 방식이 갖추어야 농민들이 돈 선거를 지양하고 정책선거로 한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선거제도의 개혁과 조합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비상임 명예직으로서 운동체적인 조합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뜻있는 농민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충남·충북=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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