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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행위. 말 그대로 표를 사는 행위를 말한다. 무슨 표를 사는 걸까? 조합장 선거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요즘은 한 표에 50만원이라고 한다. 즉 조합원에게 아무리 못줘도 50만원은 줘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3월 한국농정신문사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왔다. 전화 내용은 전남 지역농협 선거에서 돈받은 조합원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조합장 선거에서 출마한 후보는 선거 지지를 부탁하며, 조합원에게 50만원을 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사건이 불거진 이유는 당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던 조합원이 음독자살하면서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돈을 건넨 후보는 선거 지지를 부탁한 것이 아니라 생활이 어렵다고 해서 빌려준 돈이라며 부인했다. 죽은 조합원은 유서도 남기지 않았지만, 경찰조사까지 받은 점 등으로 선거와 연관됐을 것이라고 지역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지난해 3월 26일 치러졌던 13대 조합장 선거에서 김 모씨 50만원, 이 모씨 30만원, 주 모 씨에게 현금 100만원을 준 혐의로 지난달에 법정 구속됐다. 특히 이번 최종판결에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는 구속된 조합장이 지난 12대 선거에서도 같은 이유로 벌금 80만원의 형을 이미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농협조합장 선거는 투표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참여가 높다. 또한 작은 면단위의 경우 조합원 수가 2천여명 밖에 되지 않아 온 동네 사람들이 금품수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신안군 임자도의 경우 후보 5명이 모두 구속됐다.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이들 후보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3천만원까지 살포했으며 수사가 진행될수록 금액이 커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 20여명은 톤 봉투를 받았다고 자수했으며 이들은 선거운동원들로부터 최소 10만원에서 20, 30, 50만원 단위로 받았으며 최고 1백만원을 받은 조합원들도 있었다. 또한 물품, 식사 접대를 받은 조합원들은 4~50여명에 이르며 일반음식점에서 계모임 등의 형식을 취하고 식대는 후보자측이 대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월 26일 실시된 경북의 모 농협조합장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호별방문 및 음료수 제공혐의로 고발당했다. 특히 이 후보자는 5만원권 4백35만원을 옷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었으며, 차량에서는 5백만원의 현금이 나왔다.
현장 감시활동을 하던 선거부정감시단이 1월 14일 20시경 후보자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호별 방문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보고받은 선관위 직원이 후보자 차량을 추적해 적발됐다. 경북선관위는 후보자가 시인한 호별방문 및 음료수 제공에 관해서는 고발조치하고 현금소지부분에 대한 신속한 조사의 필요성과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감안해 현금제공혐의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는 일도 발생했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당선만을 목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금품살포는 철저히 후보자가 아닌 후보자들의 조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조합장 선거가 5당3락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6~7억원을 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충남의 한 조합원은 “요즘은 50만원에 한 표인데 5당3락은 옛날이야기”라고 일축하면서 “후보가 직접 주는 것이 아니라 동네마다 자기 사람들을 동원해 돈을 뿌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충북지역에서는 조합장 선거비용으로 1억5천만원 정도 든다는 것이 암묵적 사실이다. 지역 조합원은 “농민회 사람들에게는 주지 않지만 동네별로 후보 라인들이 있다. 라인별로 백만원을 받으면 70만원 정도는 술대접을 하고 나머지는 밑으로 돈을 뿌린다‘고 말했다.
예산군의 한 농민은 “현직에 있는 조합장은 조합의 예산으로 합법적으로 돈을 쓰며 사전 선거운동 하는데 반해 여타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다”며 차제에 조합정관에 불법선거로 인한 재선거에 드는 비용을 행위자에게 부담시킬 것과 선거운동방법으로 TV토론 등 공개토론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연말 결산에서도 무리하게 이용고 배당과 출자배당을 실시해 조합들의 재투자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레 직원채용을 임금이 적은 임시직이나 파견직을 선호해 업무의욕이 낮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조합장이 인기에만 급급하여 건전경영은 팽개치고 선거운동에만 열을 올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연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