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호_조합장 선거]조합원 자격 기준 강화, 불법선거 극복 가능

  • 입력 2010.04.05 09:01
  • 기자명 김기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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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상대적 약자들이 모여 사업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만든 자율적인 조직이다. 협동조합이 탄생한 후 150년여년을 지내오면서 협동조합은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빈부격차를 줄이고, 민주적인 각종 제도를 앞서서 실천하며 사회에 전파한 긍정적인 기여를 해 왔다.

하지만 왜 유독 우리나라의 농협에서 이런 조합장선거를 둘러싸고 부끄럽고 치욕적인 부정비리가 만연해 있는 것일까? 세 가지 근본적 이유와 두 가지 기술적인 이유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위탁이 정책선거 방해

첫 번째는 조합장의 권한과 보수가 매우 높은 것이 이유다. 상임조합장은 매년 수 천 만원의 임금을 받고 조합경비를 사용할 수 있다. 인사권과 사업집행권을 가지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산 1천억원 규모의 농협운영 과정에서 부정비리를 저질러 조합장 선거에서 뿌린 이상을 거둘 수 있다. 당선을 위한 탈법행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다.

▲ 김기태 소장

 

두 번째는 대의원이나 이감사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대의원이나 이감사가 정확하게 조합운영을 감시하여 조합장의 전횡을 막고, 조합운영을 투명하게 만들면 조합장선거의 부정 유혹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대의원과 이감사의 자질과 역량이 낮아 조합의 부정비리를 막기 어렵다. 조합장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구조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조합원의 문제다. 50년대부터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하여 많은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도시지역에서는 선거의 부정비리가 많이 사라졌다.

돈을 뿌려도 당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돈 선거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농협조합장 선거의 부정비리가 줄지 않는 것은 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부정비리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이유로는 조합장선거의 제도적인 제약이 너무 많다는 점과 선관위 위탁이 오히려 정책선거를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조합장 선거방식이 5가지로 정해져 있고, 이 가운데 선거공보와 선거벽보는 최소한의 홍보수단이라고 할 때,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다. 불법적인 금품살포가 오히려 힘을 발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선관위에 위탁하면 돈선거를 잡을 줄 알았는데 돈선거를 잡지도 못하고 오히려 형식적인 측면에만 신경 쓰고 정책선거와 같은 논란이 있는 부분은 줄여서 조합원들의 참여만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조합장 선거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극복방안은 명확해 진다.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조합원의 정비’에 있다. 조합원의 기준을 높이고, 적정수준으로 조합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에게는 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 조합원은 조합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단순히 돈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의원, 이감사, 조합장의 자격에 ‘협동조합 교육의 이수’를 포함해야 한다. 협동조합과 임원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고 출마하여 직을 수행할 수 있으니 모든 농협의 의사결정기구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것이다. 정확하게 조합운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역량있는 사람들로 농협의 임원이 구성되어야 조합장의 전횡을 막고 선거문화를 바꿀 수 있다.

조합장 자격에 교육이수 포함해야

또한 조합장의 대표권과 경영권을 분리해야 한다. 조합장은 대의원총회 및 이사회의 의장의 역할과 교육지원사업의 계획수립과 집행을 주로하고 경영은 상임이사에게 전담하는 구조를 의무화시키면 조합장을 하겠다고 억대의 돈을 뿌리는 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을 해지하고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중심으로 폭넓은 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 선관위 위탁에 들어가는 비용을 돌려 돈을 받은 조합원이 양심선언을 했을 때 벌금대납과 포상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조합장의 대표권, 경영권 분리해야

조합장 선거운동 방식을 현재처럼 제한하지 말고, 선관위에서 결정하도록 자율에 맡겨야 한다. 선거가 과열될 것이라고 우려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양성화시키고 스스로 조율되도록 만드는 것이 조합원의 민주적 훈련을 시키는 계기가 된다.

조합장선거의 부정비리는 모든 농협조합원과 임직원에게 치욕적인 일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제안사항들이 농협법 정관개정 때에 반영되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김기태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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