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교육과 블루오션(Blue Ocean)

  • 입력 2010.03.22 10:21
  • 기자명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봄을 맞아 농사일도 바쁘지만 영농교육 또한 바쁜 일정들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해서 농민들은 봄이 되면 몸도 마음도 바쁠 수밖에 없다. 여느 교육도 그러하듯이 예의 영농교육에서도 정신교육은 중요한 부분이다.

영어써야 하는 강사들

알듯 모를 듯한 유명(?)인사들이 영농교육장을 다니며 즐겨 외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블루오션’이란 말이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도 문제지만 영어를 써야만 강사의 자질이 오르는 것처럼 느끼는 수강생 또한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하기야 요즘 같은 세태에 이정도 영어가 뭐 대수일까. 해서 농민들도 알아야 경쟁에 이길 수 있다며 열심히 배우고 익히는데 그분들의 평균연령이 60세가 넘는다는 것이다.

블루오션이란 말은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Renee Maubo rgne) 교수가 1990년대 중반 가치혁신(value innovation) 이론과 함께 제창한 기업 경영전략론이라고 한다. 블루오션(푸른 바다)이란 레드오션(red ocean:붉은 바다), 즉 수많은 경쟁자들로 우글거리는 바다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경쟁자들이 없는 시장을 말하는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 곧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한다.

언뜻 듣기에는 참 좋은 새로운 생각처럼 보인다. 경쟁이 없는 시장,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는 시장, 그런 시장을 지향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블루오션전략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본의 잉여를 최고로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제들은 결국 경쟁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만병통치묘약처럼 여기저기 무비판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평생을 흙만 파고 살았던 나이든 농민들에게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하며 블루오션을 외쳐대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모든 정책적 기본철학이 개방과 경쟁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을, 이제 농민들은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에서의 무경쟁시장을 외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신기루를 보여주는 것이다.

신기루만 보여주는 교육

목마른 농민들이 물을 찾아가지만 진정한 샘물은 없고 또 다른 신기루를 찾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이라는 것을 농민들에게 제시하지만 실제로는 강화된 경쟁체제로 몰아가는 것이다.
올봄 무엇을 파종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농민들, 가을 나락대란은 또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하는 농민들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희망 없음의 의미를 읽는 것은 필자만의 과민일까?
〈전국농민회총연맹 고문〉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