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쇠고기 공청회’ 참관과 정부의 의지

  • 입력 2010.03.02 12:51
  • 기자명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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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쇠고기 수입에 있어서 캐나다의 WTO 제소는 현안 문제이기에 최근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의 발의에 의해 국회 농식품위원회 주최로 비공개 공청회가 있었다. 비공개 공청회였기에 구체적 내용은 남기지 못하지만 장차 우리의 대책을 고민하는 자리인 공청회에서 여러 의견을 들으며 든 생각과 대응전략에 대하여 간략히 적어보기로 한다.

현재 캐나다는 OIE로부터 미국과 동등한 ‘광우병통제국’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2008년에 문호를 개방한 미국에 상응하는 조건으로 한국정부에 캐나다 쇠고기 수입을 요구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아직 수입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한국의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한 쇠고기 수입 조건 및 미국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WTO에 제소했다.

생각해 보면 한국보다 매우 엄격한 조건으로 쇠고기를 수입하는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이 미국이나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당한 사례가 없음을 고려할 때, 캐나다에 의한 WTO 피소나 수입 압력의 근거는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수입 협정에 의한 것임은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캐나다 정부의 WTO 제소나 캐나다로부터의 쇠고기 수입문제는 한국이 미국과 맺은 수입 조건에 대한 재검토와 더불어 그로부터 도출된 적극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면 캐나다 쇠고기 수입은 광우병의 국제적 확산 방지를 위한 전체적인 맥락에서 파악된 후, 과학적이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는 수입조건을 적용하는 WTO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사회 통용가능 수입 조건 적용

2008년 당시 미국은 한미 FTA 체결의 선결조건으로 쇠고기 수입 타결을 주장하였고, 신자유주의를 표방한 현 정권으로서 국가적 의지를 지니고 쇠고기 수입 타결에 임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에 정부는 방역과 검역에 가장 중요한 사전주의원칙(precautio nary principle)과 국민의 식문화마저 무시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전면 수용하게 된다. 수입타결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미국 입장을 대변해야 했던 정부는 엄격한 수입조건의 일본 등 주변 국가는 조만간 WTO에 제소당할 것이며, 장차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미국과 쇠고기 수입협상을 맺는 나라가 있다면 언제고 미국과 수입 협상을 다시 할 것을 약속하였고 당시 각 정당 대표의 합의문도 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지금도 엄격한 수입조건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WTO에 피소는커녕 오히려 한국이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 당했다. 미국과의 형평성에 근거한 캐나다의 WTO 제소는 당시 미국을 대변하며 국민을 기만한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다.

최근 무기수입을 전제로 미국의 쇠고기 수입 요구를 전면 수용한 대만정부도 과학적 근거에 의거한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수용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 조건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굳이 과거의 정부 잘못을 지적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현 시점에서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에 따라 미국과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을 시작할 때다. 이것이 미국과의 형평성을 요구하며 WTO에 제소한 캐나다에 대한 장기적이자 확실한 대응책이다.

한편, 단기적으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살펴본다면 우선 최근에 밝혀지고 있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국민의 식생활 습관을 명확히 밝히고 동시에 국내 축산계의 체계적 정비이다. 이것은 실질적 국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실시하고 이를 위한 법령 제정이 필요하다.

미국과 쇠고기 재협상 시작해야

또한 충분한 토의를 거쳐 국내 축산업계와 한국인의 식문화에 바탕을 둔 SRM 기준의 재설정이 필요하며, 시급한 것은 한우에 있어서 48개월 령 등 일정 연령 이상의 소에 대하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동시에 민간 차원에서는 일본처럼 소비자의 안심을 위해서 각 생산자 집단에서 자율적으로 다양한 연령의 소에 대하여 자체 광우병 검사를 도입하도록 국가적 유도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육류수출협회가 일본이 OIE 권고를 지키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WTO에 제소하지 않는 이유로 일본의 전수검사를 들고 있는 것과 같다. 이와 더불어 이력 추적제의 확대 및 철저한 이행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국내 쇠고기의 안전성과 국제적 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분한 점수를 만족 시켜서 단순히 OIE로부터 광우병통제국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다. WTO 대책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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