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조합원을 위한 농협, 요원한 일인가?

  • 입력 2010.02.16 09:30
  • 기자명 한국농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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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분리에 대한 국회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지난 11일 개최한 공청회를 시작으로 정부와 의원발의 농협법 개정안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008년말 세종증권 인수와 휴켐스 헐값매각을 둘러싼 농협중앙회의 대형 비리가 불거졌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되어 농협의 지배구조 개편에 이어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개정법안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정안 내용을 보면 과연 이번 계기를 통해 농협이 농민의 농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 핵심내용은 현 농협중앙회를 농업협동조합연합회로 개편하고 신용사업부문은 농협금융지주회사로, 경제사업 부문은 농협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한다는 것이다. 지난 15년간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통한 농협개혁을 외쳐왔던 농민조합원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그 이유는 첫째, 농협중앙회가 농업협동조합연합회로 명칭이 바뀌지만 여전히 막강한 사업권한을 갖게 되며 지역조합의 사업과 충돌하는 구조다. 농민조합원들의 요구는 농협중앙회가 지도, 교육, 협동조합운동 등을 담당하는 비사업적 기능을 함으로서 농민조합원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자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둘째, 경제사업 활성화보다는 신용사업 중심의 분리 안이며 협동조합의 원칙과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지주회사 방식의 분리 안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개정안은 자본시장의 개방과 국내 금융자본의 대형화·겸업화를 골자로 한 ‘금융시장재편’이라는 방향에 치우친 안이며 종합금융지주그룹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 개편안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경제사업 역시 농협경제지주회사로 분리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조합, 품목조합 등이 경제사업연합회를 통해 연합하는 방식이 아닌 지주회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다.

정부는 지주회사 방식은 자회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외부자본조달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칫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고 자본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의 논리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농협법 개정안 논의시작이 농협개혁을 위해 지난 15년간 싸워왔던 농민조합원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시작이 될지 아니면 자본과 농협중앙회의 기득권을 옹호하는 시작이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농민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 올바른 판단이 한국농업과 농민의 미래를 판가름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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