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공동체 파괴하는 4대강 중단해야

  • 입력 2010.02.01 14:14
  • 기자명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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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 올 겨울, 단식으로 불의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꼬 수도회의 윤종일 신부
▲ 김철규 교수
는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농지 보존’을 위해 1월 11일부터 단식을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작년 12월, 팔당공동대책위의 유영훈 위원장은 19일간의 단식을 통해 4대강 사업 중단을 몸으로 호소한 바 있다. 이들의 단식은 수십 년간 땅과 물을 지키며, 생명을 살리는 농업을 해온 농민들이 자신의 공동체를 지켜내려는 작은 몸짓이자 절규이다. 그러나 개발과 성장에만 정신이 팔린 이명박 정부는 눈과 귀를 막고 4대강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 생략 ‘문제’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개발주의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은 생략되었으며 전문가와 시민의 우려는 무시되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는 졸속으로 이뤄졌고, 사업이 하천 인근 지역의 공동체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는 아예 없었다. 거대한 토목 사업이 강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눈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사업이 21세기에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4대강 사업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는 농민들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4대강 하천 지역 내 경작지는 1억5천6백86㎡에 달한다. 하천 농지에서 농사를 지어 자식들 가르치고, 도시인들의 식탁을 책임져온 수십만명의 농민들이 쫓겨나고 있다.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의 자살 뉴스를 접하며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농민들의 죽음을 모른 체하는 이 정부는 누구의 정부란 말인가.

하천 농지에서 농민들을 퇴출시키고, 보를 쌓고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4대강 사업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낮은 식량 자급률을 고려할 때 이 사업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다. 국제 식량 시장이 극히 불안정한 현시점에서, 정부의 식량정책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천 농지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식량주권 문제인 것이다. 정부는 농민을 쫓아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전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농민들을 도와야 한다.

둘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비춰 보아도 4대강 사업은 걸맞지 않는다. 친환경농업이야말로 질 높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이다. 최근 들어 도시를 떠나 귀농하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귀농인들이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시작한다. 팔당지역에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땅을 일구는 젊은 친환경 농민들이 적지 않다. 이들의 꿈과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녹색성장을 추진한다면서 자연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농업을 말살하고, 인공적인 토목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농업, 특히 친환경농업은 토지와 물 활용 방식에 있어 가장 녹색적이다. 깨끗한 물 자체가 친환경 농업의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농민들은 수질에 민감하다. 팔당지역의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녹색 구호를 외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생명농업을 해왔다. 선거 유세 때 팔당지역을 방문해서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제는 스스로 유기농 지역을 파괴하는 현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우리를 먹여 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동안 개발주의 정권들은 한국이 OECD 회원국이며,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해왔다. 그러나 경제개발에 따른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엊그제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환경성과지수는 세계 94위로 OECD국가 중 꼴찌이다. 또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6.2%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라나는 다음 세대를 건강한 환경에서 키울 수 없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먹을거리 먹이지 못하면서 개발과 성장 타령을 계속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사회 향한 소중한 사례

개발이 강조되는 사회의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하다. 현대인들은 도시에서 소외와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개인과 사회가 모두 병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팔당에서 실험되고 있다. 팔당은 정농회의 영향을 받은 농민지도자의 헌신, 지역농민들의 연대, 그리고 상수도 보호구역이라는 조건 때문에 친환경 농업을 통해 지역사회가 만들어진 특별한 사례이다.

또 유기농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생활협동조합이 연대하며 먹을거리를 통한 사회 관계망을 형성해왔다. 도농교류와 추수축제 등을 통해 사람들이 만나고, 어우러지면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팔당 공동체는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소중한 사례이다. 우리 공동의 미래를 파괴하는 4대강 개발 사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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