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수 명예직화 적극 검토해야"

조합장 선거 과열-혼탁 대책 없나

  • 입력 2010.01.24 21:53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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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선거 처벌수위 너무 낮고
신고 포상금제 효율성도 문제,
대의원총회-이사회 강화해야

농협조합장 선거가 과열 혼탁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합장으로 당선만 되면 지역에서 제왕적 권한을 누리는 현 체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이같은 조합장 선거 비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조합장들은 어떤 권한을 누리는지, 그리고 불법·혼탁·과열선거를 방지할 방법은 없는지 분석해 봤다.

조합장의 제왕적 권한=지역농협 조합장 선거가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자 농협중앙회는 공명선거를 다짐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다.

하지만 당선만 되면 4년 동안 지역사회의 ‘돈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등의 제왕적 권한을 가진 조합장에게, 이런 캠페인을 통해 공명선거를 벌이자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약효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말 그대로 선관위에 걸리지 않거나 100만원 이상 벌금형만 안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해남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포함한 복리후생비, 차량유지비, 판공비, 전화비 등이 다 조합 돈으로 지출된다. 특히 조합장이 지역조합의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그 권한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조합장 선거를 한번 치르고 나면 지역사회가 반목, 불신, 분열로 이어져 말 그대로 ‘초토화’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한 조합장 출마 예정자가 수천만원의 현금을 조합원들에게 살포하다 적발돼 5백여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경찰에 조사를 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남지역의 한 농민은 “선거 과정에서 편이 갈라지다 보니 적개심을 가지고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결국 서로 간에 교류도 하지 않고 아는 척도 하지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 농민은 조합원들이 금품, 물품을 은근히 바라는 경향이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합원들이 은근히 (금품, 물품을)바라기도 한다. 조합장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이사선거에 출마자를 대상으로 (조합원들에게 뭐 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바라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신고한 농민만 ‘바보’=혈연과 학연으로 묶여있는 ‘지역’이란 특성상 불법선거 정황을 신고한 농민만 ‘바보’가 되는 형상이다. 특히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재판은 1년 안에 끝나는 경우가 없어서 지역농민들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처벌수위가 매우 낮아 재발의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장 선거를 관리하게 되어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역별로 편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해당 선관위가 조합원들에게 교육,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안군 선관위 관계자는 “섬이 많은 도서지역이라는 특성상 일일이 조합원을 찾아가서 교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선거를 치르기 전에 공명선거를 실시하자는 캠페인, 현수막, 전단지 등을 배포해 홍보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에 도입된 포상금제도의 실효성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포상금제도는 해당 조합이 선거를 실시하는 해에 예산에 선거관리비(포상금)를 반영하는 제도이다. 포상금 및 전체 한도액은 농협 등 해당 조합 측에서 결정하며, 선관위는 불법행위 신고를 접수받아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합측은 그해의 경비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예산반영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장 무보수 명예직화가 대안=가장 시급하게 조합장의 직위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조합장들의 고액연봉은 조합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당선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조합장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고 있지만 엄격한 공직선거법 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농협법을 적용한 나머지 돈 선거를 조장하고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열쇠는 조합장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조합장 선거에서 과당 출마를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특히 조합장을 비상임화 하는 방향으로 농협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래서 조합장에게 과다한 월급을 주는 대신 회의참석비 등만 지급하게 하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지역의 한 농협 조합장은 “지금의 의식수준에서는 대의원총회, 이사회 등의 기능을 강화해서 조합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합원들과 조합장 선거 출마자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라고 주문하며 “조합장 선거 출마자들은 사업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원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 위원장은 “보통 주위의 조합장들을 보면 농민이 아닌 ‘봉급쟁이’로 전락한지 오래다. 농사를 지으면서 조합장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의 심정으로 조합장 임무를 충실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육, 감독, 감사와 같은 기능이 완전 분리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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