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못 잡고 농민만 잡는 정부

  • 입력 2023.11.05 18:00
  • 수정 2023.11.05 18:1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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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장관회의가 열렸다. 배추·무를 포함해 김장채소 품목에 포함된 농산물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비축 물량을 1만1,000톤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농수산물 할인 지원예산을 지난해보다도 78% 인상해 지원한다. 여기에 245억원을 투입해 대파·생강 등 양념류도 할인해 판매한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가를 잡으려면 물가인상 가중치가 높은 품목을 대상으로 대책을 세워야 효과가 높다.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높은 품목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정부가 그토록 중시하는 물가안정의 대책이란 것이 주로 농산물에 집중돼 왔다. 농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10도 안된다. 그러니 세금을 쏟아부어 물가를 잡는다고 해도 물가는 도망치고, 애먼 농민들만 잡는 꼴이 반복되는 것이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 상위 순위를 보면 전세 54·월세 44.3·휴대전화료 31.2·공동주택관리비 21·휘발유 20.8·외래진료비 19.2·전기료 15.5·고등학생학원비 12.8·도시가스비 12.7 ·구내식당비 11.9 등이다. 경제 관련 장관들이 해야 할 역할이라면 이 중 하나만이라도 국민 부담을 낮춰야 한다. 참고로 농산물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고작 쌀 5.5·배추 1.5·마늘 1.2·파 1.1·양파 1.0·무 0.7 등이다. 이 품목들을 다 합쳐도 11밖에 되지 않는다. 휴대전화기 구입 비용의 가중치 11과 같다. 전세와 월세 가중치(98.3)를 낮추는 데 예산을 투입하면 이번 경제 장관회의에서 의견을 낸 김장채소 가격과 할인 행사를 하는 것의 89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휴대전화기 구입을 하는 데 할인지원을 해도 농산물값 할인과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소비자들의 체감도는 오히려 농산물값 인하 정책보다 더 높을 것이다.

이러한 농산물값 억제 정책들은 농업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미 농민들은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재난시대에 어렵사리 농사를 짓고 있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도 전이될 수밖에 없다.

올해 사과값이 가장 폭등해 전년대비 70%가 상승했다고 하나, 농민들은 팔 사과가 없고 사과 농사를 지속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가격이 폭등한 작목일수록 농민들이 기피하는 작목이 돼 간다. 이는 조소득이 높거나 시장 가격이 높아도 농민들에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증거다. 30년이 넘는 수입개방에 맞서 농업을 지켜온 농민들은 이대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외치고 있으며 빚에 내몰린 농민들이 목숨을 스스로 거두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농업소득이 20년 전보다 하락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평생 농사 지어온 나이 많은 대다수의 농민을 소농이라며 통계에서 제외해야 한다거나, 그러면 농업소득이 오를 거라고 공언하는 정부. 농산물을 수입하는 예산은 늘려도 국내산 쌀 가격은 떨어뜨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정부. 농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물가 잡는다고 농민만 잡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농민들은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11월 11일 농업인의 날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농민대회’ 참가를 선포했다. 햇수로 2년째 윤석열정부의 농정 아래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은 ‘퇴진’의 낫을 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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