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간 협동’으로 마을의 활기를 북돋다

위기의 시대, 지역농협의 분투⑤ 충남 홍성 홍동농협

2025-11-23     강선일 기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지역 양극화 등 온갖 위기가 중첩된 가운데 지역농협들은 각지에서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분투 중인 지역농협들을 소개함으로써, 위기의 시대에 농협 조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단해보고자 한다. 본 기획은 <한국농정>과 농협조합장 정명회가 함께 진행한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 농업계에서 ‘친환경농업 메카’로 통용되는 곳 중 하나다. 오리농법·메기농법 등 다양한 친환경 농법 실험을 전개한 홍동면 농민들은 한국 친환경농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홍동면의 친환경농업사를 이야기하면서, 홍동면 일대를 관할하는 지역농협인 홍동농협(조합장 주정산)의 노력에 대해 의외로 간과해 왔다.

홍동면 친환경농민들도 인구 감소 및 고령화, 기후위기 등으로 친환경농업 영위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9년 조합장에 당선된 주정산 홍동농협 조합장은 홍동면에서 친환경농민을 양성해 온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출신으로서 홍동면, 나아가 홍성군의 상징과도 같은 친환경농업이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지역 친환경농민들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가게 할지를 고민하며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친환경농민 위한 영농작업 대행

친환경농업과 직접 연계된 사업으로서, 청년농민의 각종 영농작업 대행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홍동농협에선 현재 청년농민들을 주축으로 삼아 기계화 영농단을 운영 중이다. 기계화 영농단은 홍동농협 소유 농기계를 활용해 지역 내 농민 대상 영농작업을 진행한다.

농기계 활용 농작업 대행을 민간업체에 신청할 시 비탈진 곳의 논처럼 농기계를 투입시키기 어려운 곳 또는 소농이 농사짓는 작은 논밭엔 농기계를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홍동농협은 고령농 및 소농의 농지, 그리고 경작이 어려운 농지까지도 농기계를 투입해 영농작업을 진행한다.

한편 친환경농민들이 겪는 애로사항 중엔 ‘농약 비산’ 문제가 있다. 친환경농민의 상황을 잘 아는 주 조합장으로선 이 문제도 간과할 수 없었다. 이에 주 조합장은 홍동농협 차원의 ‘병해충 민간방제단’을 꾸렸다.

병해충 민간방제단 역시 지역 청년농민들로 구성됐다. 민간방제단은 친환경 방제기를 사용함으로써 농약 비산을 미연에 방지했고, 공동·적기 방제를 통해 친환경 농지의 효과적 관리 노력을 기울였다. 농민들이 내는 서비스 이용료는 영농단 또는 방제단의 청년농민들에게 돌아간다. 지역 친환경농민들은 노동력 및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두고, 청년농민들은 서비스 대행을 통해 고정적인 소득을 거두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그밖에도 육묘장 운영, 논 벌초 대행 및 소형 농기계 수리사업 등의 작업도 홍동농협이 조직화한 청년들의 손에 의해 진행된다.

아이들의 놀 공간과 할머니들의 반찬가게가 있는 마을

지난 11일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2층의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에서 이경주 홍성 홍동농협 상무가 ㅋㅋ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좌측에 다양한 만화책을 구비해 놓은 게 눈에 띈다.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 내부 전경.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에 비치된 각종 보드게임.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 내부의 주방.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 내부의 노래방.

홍동농협의 중점사업은 친환경 영농지원 사업만이 아니다.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한 살 맛 나는 마을 만들기. 이것이 최근 홍동농협의 핵심적인 활동이다.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2층엔 지역 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이름하여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ㅋㅋ(ㅋㅋ)’다. 홍동면 일대 마을교육운동에 나선 주민들이 꾸린 ‘햇살배움터교육네트워크(현 햇살배움터 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는 마을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문제 인식 아래 2014년 어린이·청소년 거점 문화공간 ㅋㅋ를 조성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ㅋㅋ는 공간도 좁은 데다 시설도 낡았기에, ㅋㅋ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공간 이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 홍동농협 측이 나섰다. 주 조합장은 ㅋㅋ의 새 공간으로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2층 약 70평 공간을 제안하며, 이곳을 햇살배움터 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측에 임대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26일, ㅋㅋ는 하나로마트 2층에서 ‘홍동 청소년문화공간’ 이름을 달고 재탄생했다.

ㅋㅋ 공간엔 약 1만권에 달하는 만화책 및 각종 보드게임이 비치돼 있어, 아이들은 방과 후 이곳에서 실컷 원하는 만화책을 보고,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농촌 지역 문화공간 중에선 드물게도 노래방 시설 및 게임방(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게임기 이용 가능)도 마련돼 있다. 공간 내엔 주방도 있어서, 아이들은 ‘뒷정리’를 잘 해 놓는다는 전제 아래 라면을 끓여 먹는 등 각종 간식을 먹을 수도 있다.

ㅋㅋ는 놀이 공간일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교육, 영화 상영회 등 각종 문화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이기도 하다. 홍동농협 임직원을 포함한 홍동면민들은 ㅋㅋ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매달 후원회비를 낸다(2025년 현재 햇살배움터 조합원 48명, 후원회원 116명).

지난 11일 충남 홍성군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한 켠의 반찬 매장에서 할머니먹거리협동조합 회원이 통에 반찬을 담고 있다.

협동조합 간 협동을 통해 운영되는 공간은 ㅋㅋ만이 아니다. 홍동농협 하나로마트 1층 로컬푸드 직매장 한 켠엔 홍동면 할머니들이 모여 구성한 ‘할머니먹거리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반찬가게가 있다. 지역 주민들의 반찬거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할머니먹거리협동조합이 2013년부터 운영해 온 이 공간 역시 홍동농협과의 협력하에 운영되고 있다. 홍동농협은 해당 공간의 운영에 함께함으로써,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 및 지역 먹거리 기반 식재료 공급에 기여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