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와 소비자, 한목소리로 ‘친환경유기농업 확대’ 외쳐

친환경농민·소비자단체, 전국농민대회 앞서 사전대회 진행 임차농 피해 대책·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 예산 등 요구

2025-11-22     김하림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친환경농민·소비자단체 9개가 ‘2025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유기농업 2배 확대를 위한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친환경농민·소비자단체 9개가 ‘2025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유기농업 2배 확대를 위한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서 유령 탈을 쓴 친환경 임차농들이 ‘임차 농부 보호하라’라는 글자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다.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서 유령 탈을 쓴 친환경 임차농이 발언하고 있다.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에서 신흥선 가톨릭농민회장(왼쪽), 황홍순 두레생협연합회장(가운데), 나기창 한살림생산자연합회 부회장(오른쪽)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친환경농민과 소비자가 기후위기 시대 친환경유기농업 확대를 촉구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2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친환경 생산자-소비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같은 날 진행된 2025년 전국농민대회의 사전집회로, 9개 친환경농민·소비자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친환경유기농업 2배 확대’를 위해 △친환경 임차농 피해 대책 마련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예산 반영 △먹거리기본법 제정 △친환경 직불금 확대 △GMO 완전표시제 시행 등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사에서 김효진 한살림서서울생협 이사장은 “생산과 소비는 하나이며 농업이 무너지면 우리의 일상과 미래도 무너진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어렵게 친환경농사를 이어가는 농민들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 이제 말뿐이 아닌 정책과 제도, 예산으로 정치권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대회사를 맡은 김상기 한국친환경농업협회장은 “이재명정부는 친환경 인증면적 확대를 위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을 제시했지만, 해당 사업은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업 예산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복구됐고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받고 있지만, 김 회장은 정부·여당의 확고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조선행 녹색소비자연대 지속가능먹거리위원장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부를 향해 친환경농산물 소비 확대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조 위원장은 “친환경농산물은 값이 비싸 소비자의 선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시장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달라”며 △연말소득공제에 친환경농산물 구매실적 반영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소비자 직접 지원으로 전환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친환경농산물과 일반농산물의 가격 동등화 등을 제안했다.

문재형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미국 심플로트사의 GMO 감자 3종이 정부의 수입 승인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문 위원장은 “현재 국산 감자 자급률은 100%에 달한다. 그런데 미국산 GMO 감자가 국내에 들어온다면 우리 농민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산 GMO 감자가 국내로 들어온다면 감자튀김 등 가공식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가공식품에 GMO 농산물이 쓰였는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GMO 완전표시제가 예외조항 없이 마련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다음으로 유령 탈을 쓴 친환경 임차농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정부의 직불금 부정수급 단속 강화가 되레 실경작자인 임차농을 유령농부로 만드는 현실을 호소했다. 지주가 직불금 부정수급 등을 노리고 직접 농사짓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임대차계약서를 써주지 않으면 임차농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할 수 없다. 문제는 농업경영체 등록 명의(지주)와 친환경인증(임차농)이 불일치할 경우 정부 단속에 걸리기 쉬워, 지주가 단속을 피하고자 임차농에게 친환경인증 취소를 요구하거나 땅을 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의 한 임차농은 “얼마 전 지주가 직불금 부정수급 사실이 들통나서 더 이상 땅을 빌려주지 않게 됐다”며 “법이 가짜 농민 지주를 보호하고 진짜 농민은 유령농부로 만들고 있다. 그래놓고 정부는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법은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만든 것이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의 청년 친환경 임차농도 농지 장기임차가 어려운 현실을 고발했다. 그는 “장기임차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수억원의 빚을 내 하우스를 세우고 10년 가까이 농사를 이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지주는 나가라고 했다”며 “그동안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됐고 수천만원의 철거비까지 떠안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장기임차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청년들은 농업에 발을 들이기조차 힘들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을 국가정책으로 확고히 추진하고, 생산·소비 확대를 위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농촌·먹거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책임농정을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