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밭작물 ‘엉망진창’ 재해대책, 농민들 대통령실 앞 절규

22일 숭례문 전국농민대회 앞서 강원 농민들 대통령실 기자회견

2025-11-22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원도연합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가을장마 기후재난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2일 숭례문 전국농민대회 참석차 상경한 강원지역 농민들이 대회에 앞서 용산을 찾았다. 가을장마로 인한 광범위한 농작물 피해 수습에서 유난히 소외된 강원도 농민들이 대통령실을 마주보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10월 28일 강원도청 앞, 지난달 11일 농업인의날 국가기념식장 앞에 이어 같은 주제로 벌인 세 번째 기자회견이다.

강원도는 대표적인 밭농사 지역이다. 9~10월 가을장마로 밭작물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 수습에 잡음이 많은 모습이다. ‘벼 깨씨무늬병’을 계기로 피해 대책 논의가 집중된 남부지역에 비해 도 차원의 피해조사가 크게 늦어졌는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서둘러 수확을 마친 피해 농가들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버린 것이다.

설상가상 도-시군-읍면 간 피해조사 관련 업무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서 몇몇 지역의 일선 공무원과 농민들이 피해조사를 시행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지난 14일까지 접수된 강원지역 피해 면적은 겨우 400ha. 강원도 전체 밭면적의 0.6% 수준으로, 정상적인 피해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피해를 인정받았다 해도 과연 합리적 수준의 보상이 가능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발언하는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

오용석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의장은 “기후재난으로 발생한 밭작물 재해는 농민의 탓이 아니다. 그렇기에 행정이 생산비가 보장되는 선에서 피해에 걸맞은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만약 대책이 이에 부합하지 못하고 ‘언 발에 오줌 누기’ 행태에 그친다면 농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강원 농민들은 특히 지난 1차 기자회견 당시부터 단기 재해대책과 중장기 기후재난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민관 농정 협의기구’ 구성을 절실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도정과 농정이 노출하고 있는 ‘불통’ 행보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이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배경이기도 하다.

김덕수 춘천시농민회장은 “배추가 무름병으로 망가졌는데 그나마 수확해서 출하한 게 예년의 반토막 가격이다. 이유를 확인해 봤더니 정부가 열심히 수입하고 있단다. 게다가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수입개방 확대가 논의됐다”며 “농민들이 이재명정부에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는 송미령 장관 유임과 수입 확대로 윤석열정부 농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기자회견을 낭독 중인 용옥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원도연합 회장.

농민들은 대통령실을 향해 기후재난 근본대책 수립과 농정대전환을 요구하며 간절히 구호를 연창했다. 용옥천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강원도연합 회장은 기자회견문에서 “기후재난으로 인한 밭작물 농업피해에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 농정당국의 일방적 기준으로가 아닌, 최소한 생산비가 보장되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이 과정을 일방통행이 아니라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민관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제는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재난 시대다. 기후재난 시대에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마련해야 한다”며 민관협의회 구성과 활용을 재삼 촉구했다.
 

강원 농민들이 대통령실을 향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기자회견 이후, 농민들은 숭례문 앞 전국농민대회에 결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