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횡령 논란’ 산청군농협…“농협중앙회 엄중 조치 나서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3월 산불과 7월 수해로 연이어 고통을 겪은 경남 산청군 주민들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산청군 유일의 지역농협인 산청군농협(조합장 조창호)이 △산불 피해 주민 대상 구호품 횡령 논란 △조합장 겸직·경업 관련 논란 △하나로마트 임대매장 운영업체 선정 과정의 투명성·공정성 논란 등으로 시끌시끌하다. 이 논란을 바라보는 산청군민들의 마음은 더욱 심란해지고 있다.
최근 산청군농협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지난 3월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해 각지에서 보낸 구호품 중 다수가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채 창고에서 썩어가거나 엉뚱한 곳으로 전달됐다는 문제다.
해당 건을 처음 공론화한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산청군농협지회(지회장 박상오, 노조지회) 측에 따르면, 지난 4월 전남 영광군의 한 지역농협에서 산청군농협에 구호품 용도로 보낸 굴비 60두름은 임자를 잃은 채 약 7개월 동안 산청군농협 내 창고에 방치됐다.
또한, 전남 완도군의 한 지역농협에서 구호품으로 받은 해조류 세트는 직접적인 주민 구호와 상관없는 행사인 ‘시천면 효 사랑 잔치’ 행사 참가자들에게 주어졌는데, 이 행사를 개최한 시천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는 조창호 산청군농협 조합장이 회장직을 역임했던 곳이다.
전남 신안군의 한 지역농협에서 제공한 천일염 세트의 경우, 지난달 10월 산청군농협 대의원대회 때 대의원 및 이사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됐다는 게 노조지회 측의 설명이다. 노조지회 측은 산청군농협의 구호품 처리가 굉장히 자의적이고 체계 없이 이뤄졌다며, 이는 사실상 농협 조직 차원의 구호품 횡령과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한편 조창호 조합장은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상 규정된 ‘겸직 금지’ 규정 위반 논란도 빚고 있다. 여기서 거론하는 겸직 금지란, 농협법 제52조에 따라 ‘지역농협 사업과 실질적 경쟁 관계에 있는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지역농협 임직원 또는 대의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을 뜻한다. 농업회사법인 등 지역농협과 사업상 경쟁 관계에 있는 조직에서 실질적 역할을 맡은 사람이 지역농협 임직원 또는 대의원을 맡으면 안 된다고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2019년 10월 21일, 조 조합장은 산청군 내 농업회사법인 ‘천지’의 사내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같은 달 28일 산청군농협 비상임감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2022년 10월까지 천지 사내이사를 역임하다가, 다음 해인 2023년 2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산청군농협 조합장 후보로 등록했다. 이때 그는 비경업사실확인서를 제출해 본인의 경업 분야 관여 여부 검토를 받았고, 이후 3월 8일 조합장에 당선됐다.
농협법 시행령에선 조합장 선거 후보자가 경영하거나 관여한 사업이 지역농협과 실질적 경쟁 관계에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명시한다. 그 절차 중엔 관할 시·군청(이 건의 경우 산청군) 및 지역농협 이사회로부터 확인받는 절차가 포함되는데, 조 조합장의 비경업사실확인서 발급 과정에서 산청군청의 확인이나 산청군농협 이사회의 의결이 진행됐다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한 신청서 접수 및 서약서 작성 등으로 비경업관계사실확인서가 발급됐기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뜻이고, 이는 후보 자격 검증 및 선거 공정성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하도 산청군농협 발 논란이 끊이지 않다 보니, 최근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 차원에서도 산청군농협 대상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측은 지난 13일 “언론에 보도된 산청군농협의 각종 의혹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 시 조합장과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즉시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농협중앙회 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지는 미지수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상오 노조지회장은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의 조합감사위원회(조감위) 차원에서 특별감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음에도, 아직 농협중앙회 조감위 경남검사국 차원의 감사가 진행될 뿐”이라며, 농협중앙회 본부 차원의 엄중한 조치가 하루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7일부터 산청군농협 대상 특별감사를 진행 중이다. 산청군농협 측은 “현재 특별감사가 진행 중”이라며, 현재로선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조 조합장이 겸직 금지 위반 논란을 일으킨 것과 관련해 “(농협법에) 겸직·경업 금지 규정이 있음에도 조합장과 임직원의 숨은 겸직과 경업, 가족·측근 회사를 통한 사실상의 경업 의혹이 제기되는 현실은 (농협중앙회의) 관리·감독과 제재 시스템에 분명한 공백이 있다는 뜻”이라고 한 뒤 “농협중앙회가 보고와 제재 권한을 토대로 책임 있게 통제하고 위반 시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틀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새로 발의한 농협법 개정안에 △지역농협이 조합장과 임직원의 겸직 및 경업 현황을 농협중앙회에 보고토록 하는 법적 근거 마련 △농협중앙회가 보고·감사 등을 통해 겸직·경업 위반 사실 확인 시 시정요구, 감사 실시, 징계 요구, 조합장 해임 요구 등 필요한 제재 조치 취하도록 명시 등의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