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도가 새봄, 시음회 열어
고창의 사계절 담은 전통주 ‘사시주’ 선보여
[한국농정신문 이대종 기자]
우리술도가 ‘새봄’(대표 이신미)의 전통주 시음회가 지난 16일 전북 고창읍성 모두의 거리에서 열렸다.
이신미 새봄 대표는 전통주의 매력에 취해 자신이 직접 농사지은 쌀로 술을 빚은 지 3년째를 맞고 있는 귀농 4년차 청년여성농민이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창업하지 못했기에 술도가 이름인 ‘새봄’은 예비 창업자의 미래와 희망을 담고 있기도 하다.
시음회는 ‘시군청년혁신가 예비창업지원’ 사업에 ‘고창의 사계절을 담은 고급 전통주’를 빚어내겠다는 계획으로 응모·선정돼 지난 1년간 매진해 온 결과물을 내놓는 자리였다.
이날 시음회에는 가까운 고창군민부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준 지인 등 100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이신미 대표는 “아무도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여름내 무더위 속에서 땀 흘리며 술을 빚어왔는데, 부족한 술맛을 정성스레 음미하고 진지하게 평가해 준 분들이 고마워 가슴이 찡했다”며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좀 더 자신감 있게 매진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시음회에 내놓은 술은 복분자 약주 ‘봄바람’, 과하주 ‘여름구름’, 순곡약주 ‘가을노을’, 증류소주 ‘겨울여울’이다. 이 중 시음자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봄바람’과 ‘가을노을’이다. 이 대표는 술을 빚은 자신과 시음자들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아 “술을 완성해 나가는 데 있어 넘어야 할 과제들이 더욱 선명해져 지난 1년의 수고로움이 달게 느껴졌다”며 만족해했다.
그의 머릿속은 자신이 빚어낼 술의 향기로 가득하고, 눈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까지 닿아 있다. 그는 국가대표 펜싱선수로, 은퇴 후 코치로 해외를 누비던 시절 눈에 담아둔 감각으로 해외 진출의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워 놓았다.
하지만 고창의 사시주를 지역특산주로 등록하고 제조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술도가 ‘새봄’의 주조장을 확보해 정식 창업해야 하는데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결국은 창업자금 문제다. 전통주 시장의 복잡하고 열악한 생존 사슬을 고려할 때 초기 투자 비용을 과다하게 지출할 수도 없고 자금 여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돼 여러 지원을 받고 있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까다로운 규정, 무엇보다 지원금을 받아 투자하는 데 필요한 보증 여력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청년창업농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정부의 창업지원금은 수많은 청년을 다시 농촌에서 밀어내고, 농촌 내 부의 편중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지난 3년간 지원받던 정착 지원금도 올해로 마지막이다. 내년부터는 새벽에는 술을 빚고,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술의 원료가 되는 농사도 지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더 많기에 이 대표를 비롯한 청년농민들은 마주한 현실적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지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