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농형태양광, 논란을 회피하지 말라
지난 9월 영농형태양광 정책 실현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주축으로 발족한 국회 ‘농민중심 영농형태양광 거버넌스 포럼’. 당시 포럼 구성단체 명단 중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전농)’란 이름을 보고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생명농업의 상징인 백남기 농민의 이름이 태양광발전사업에 등장한 것도 논란거리이거니와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더더욱 최근의 영농형태양광 정책을 경계하고 있는 단체다. 뭣보다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와 전농은 동일한 조직도 아니다.
의아함은 지난 14일 ‘영농형태양광 입법촉구 국회토론회’에서 불편함으로 변했다. 정책 촉구라는 명확한 성격을 띤 이 토론회에 민주당과 주최 측은 전농과 그 연대단체 소속 농민들을 대거 토론자로 배치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조직 대표성이 있는 현직 간부가 아니라, 조직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찬성 입장을 가진 전직 간부·회원들뿐이었다. 그럼에도 이들 중 몇몇에겐 굳이 전직 전농 계열 간부 직함을 달아 홍보했다.
영농형태양광의 투기 우려를 법률로 해소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영농형태양광은 필연적으로 농지 소유 문제와 결부돼 있고 농지는 농지법의 법망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투기와 편법, 부정을 양산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자본 개입 및 식량 감산 대책을 수립한 뒤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 국내에서 이를 가장 명확히 외치고 있는 조직이 전농이며 이는 생각해볼 필요가 충분한 이야기다.
마땅히 전농과 함께 영농형태양광을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해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관심사는 어떻게 ‘빨리’ 도입할지에만 쏠려 있다. 때문에 ‘발목 잡는’ 전농과의 대화는 미뤄두면서, 비겁한 방법으로 ‘전농마저도 찬성한다’는 거짓 홍보효과를 만드는 데만 공력을 쏟고 있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이 전략은 실제로 유효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민형배 의원은 전농 출신 토론자들을 보며 “현장의 반대가 많은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문제 없겠다”며 기꺼워했다. 토론의 내용이나 토론장 밖의 실상과 관계없이 이같은 토론회는 개최 자체로 의원들에게 법안 통과의 명분을 쥐여줄 수 있다.
바로 이런 정당하지 못한 모습들이, 영농형태양광 정책이 무리하게 속도를 내고 있다는 증거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도 아직까지 마을단위vs개인단위, 농업진흥지역vs비진흥지역 등 방향 정리가 깨끗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 영농형태양광의 숨가쁜 질주가 진심으로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