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실가스감축목표, 농민에겐 생존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30(UNFCCC COP30, COP30)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의 여성농민, 노동자, 기후활동가들이 비행기로만 하루가 넘게 걸리는 브라질로 떠났다. 이들이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국제사회에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브라질까지 날아간 가운데, 이재명정부가 국제사회에 내놓은 첫 번째 기후정책은 국제 기준과 기후헌법소원에 배치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53~61%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는 COP30은 기후변화 협약의 이행을 점검하고, 감축목표를 설정한다. 올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 체제의 기틀이 된 ‘파리협정’이 맺어진 지 10년째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 1.5℃ 상승 억제’를 위해 모든 국가가 감축의무를 지며 각자의 감축량(NDC)을 자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한국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2035년 NDC를 2018년 순배출량 대비 53~61%로 정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권고, 2024년 8월 헌법재판소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 미래세대 감축 부담 완화, 산업계 여건 등을 종합해서 고려했다며 그럴듯하게 설명했지만, 실질적 하한 목표치 53%는 결국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산업 부분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41%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이지만, 감축 책임은 너무 가볍다. 산업계는 2035 NDC 대국민 공개논의가 시작되자 한목소리로 ‘속도 조절’을 내세우며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부담을 강조했다. 이처럼 속도 조절 운운하며 산업계 이익만 앞세우는 모습은 기후재난이 일상이 되고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는 농민의 현실에 비하면 그저 한가로운 푸념일 뿐이다.
농민들은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와 고통을 최전선에서 겪고 있으며, 기후재난을 넘어 생존의 위협으로 직면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2035 NDC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농민들은 2035 NDC를 결정하는 과정에 농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대응하고, 지난 6일 정부 대국민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아마도 NDC 결정 과정에 농민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첫 사례일 것이다.
농민의 목소리가 담긴 NDC로 결정돼야 하고, 기후위기 해결책도 나와야 한다. 농민은 기후재난의 피해자이자 해결자이며, 기후재난 대응 과정에서 공동 결정자가 돼야 한다. 또한 NDC를 실현하는 방식에도 농민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
현재 농민은 기후재난 일상화 속에서 생존권을 위협받는 가운데, 농촌 파괴·농민 수탈·농지 훼손 문제까지 맞서야 하는 현실에 놓였다. 탄소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전환이 농촌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농민들은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아울러 탄소를 흡수해 건강한 땅을 만드는 농생태학 실천과 같은 방식으로 기후위기 해결자 역할을 하는 농민들의 삶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
탄소 감축 목표와 탄소 감축 방식에도 농민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농민 진영이 앞장서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지구를 식히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