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 끊겼던 강릉 오봉저수지, 해갈 그 이후는
농업용저수지 기능 강화 위해 생활용수 공급 줄이는 쪽으로 농어촌공사 수리시설 설치, 강릉시 추가 수원 확보 등 추진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업용수 공급 중단이란 초유의 사태로 지난 9월 지역 농민들이 ‘농사 포기’까지 선언했던 강원 강릉시의 가뭄은 해갈됐다(11월 저수율 95.1%). 이번 가뭄은 배추·무·대파·들깨·옥수수 등 강릉의 주요 작물을 강타했고, 확정된 피해 규모만 163.1ha에 이른다. 재해복구비는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11월 6일 기준).
가뭄 해갈과 복구비 지원 결정에도 농민들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농업용저수지인 오봉저수지가 그간 생활용수 공급까지 감당해야 했던 까닭에 농업용수 부족은 이번 가뭄 이전부터 현장 농민들이 어려움으로 호소하던 문제다. 기후가 예측할 수 없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체감할 수 있는 추가 수원 확보 대책은 없었다. 아울러 수원 확보는 큰 예산과 많은 시간이 드는 사업이라 사업 완료 전 또다시 올해 같은 상황이 닥칠지 알 수 없어 불안은 남아 있다.
오봉저수지가 본래 목적인 농업용수로만 쓰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강릉시 생활용수(하루 필요량 10만톤 중)의 87%를 오봉저수지가 공급하는 상황이라 강릉시가 생활용수 수원지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강릉시 농정당국도 “농업용수 공급 강화 대책의 기본 방향은 생활용수에 대한 오봉저수지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 생활용수를 위한 추가 수원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대책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생활용수 공급 비중이 높아 심각한 가뭄 상황에서 문제가 더 커졌으므로, 이번 가뭄이 자연재해에 인재까지 겹친 것이란 지적(문금주·이병진 의원, 더불어민주당)도 나온 바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강릉시와의 계약(2024.1.1.~2026.12.31)으로 하루 7만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게 돼 있고, 평년 저수율 40% 이하(농업용수 공급·유지관리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저수율)이면 협의를 통해 공급량을 제한하도록 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국감 지적의 골자다. 그러나 관련 계약에 따르면 추가 공급이 가능하며, 국감 당시 김인중 농어촌공사 사장의 답변대로 “유난한 가뭄 상황”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근본 원인은 오봉저수지에 대한 생활용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강릉시가 그간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농업용수뿐 아니라 생활용수 공급에도 큰 차질을 불러왔다.
농어촌공사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평년과 비슷한 수준(77.9%)이었던 지난 1월 23일부터 7월 7일까지 5번에 걸쳐 강릉시에 공문으로 생활용수 절약, 추가 수원지 확보 등의 내용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그 가운데 4건이 ‘추가 용수 확보’, ‘생활용수 수원 추가 확보’, ‘오봉저수지 원수 사용량 준수’, ‘오봉저수지 관련 선제적 가뭄극복 대책 추진’으로 근본 대책을 강구하라는 촉구다. 이에 대해 지난 국감에서 이병진 의원이 “강릉시는 이재명 대통령이 방문할 때(8월 30일)까지도 전혀 답하지 않았다”라며 ‘인재’라고 꼬집기도 했다.
관련 대책으로 강릉시는 현재 하루 총 4만7500톤의 용수를 신규 확보한 상태다. 향후 단기적으로 연곡정수장 현대화사업(2029년까지) 및 연곡 지하수 저류댐 설치사업(2027년까지) 등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중장기로 강릉 공공하수처리 물재이용사업·연곡 정수장 증설사업·강릉-제진간 철도 유출지하수 보조수원 사업 등으로 하루 약 16만5200톤을 확보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오봉저수지의 생활용수 공급 의존도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 공급 중단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강릉시에 △계약 공급량 준수(하루 7만톤) △생활용수 수원 추가 확보를 지속 요청하고 있다. 아울러 강릉시 성산면·구정면·강동면을 대상으로 △다목적농촌용수개발사업(약 427억원)을 추진 중이다. 이는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수리시설(양수장·용수관로 등)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완료 시 수혜 면적은 302.1ha(신규 36.9ha, 보강 265.2ha)다. 이와 함께 △노후 시설물을 정비하고(올해 오봉저수지 구역 용·배수로 시설 60건 정비) △수리시설개보수사업(2026년 2개 지구)도 신규로 추진한다.
하지만 예산 확보 단계에서 추진이 불발된 사업도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업생산기반정비계획(2023~2032년)에 포함된 지하수댐 후보지 70지구 가운데 공사관리구역 39지구(강릉시 포함)를 우선 시행 사업으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기획재정부에 적극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다른 사업에 밀린 것으로 파악된다. 농어촌공사는 조속한 사업 시행을 위해 거듭 요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