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꽃이 피었습니다] 한여름 밤

2025-11-16     이윤자(전북 남원시)
이윤자(71) 전북 남원시

 

우리집 식구는 세 명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

바쁜 아빠와 엄마 품을 떠나

내품에 들어온 여섯 살 손녀

모두 내가 돌보며 산다

일흔이 훌쩍 넘어 학생이 되어 공부도 한다

한 해 두 해 익혀온 글자들이

세상 여기저기 가득하다

학교 갔다 오는 길

손녀가 쪼르르 달려나와

“할머니 공부 잘했어?”하고 묻는다

“응 잘했지!” “저녁에 나랑 또 공부하자”

여섯 살 선생님이 우리집에 산다

엄마, 아내, 할머니, 학생으로 살아내는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이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전자우편(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