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 천만공정과 천인계획
‘천만공정’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03년 저장성 당서기 때 추진한 농촌진흥 프로젝트다. 정확한 명칭은 천촌시범만촌정치공정(千村示範萬村整治工程). 이 프로젝트의 초기 명칭은 ‘천촌시범, 만촌정치’로 불렸는데 이를 해석하면 ‘천 개의 마을을 시범촌으로 만들고, 만 개의 마을을 정비한다’는 의미이다. 즉 핵심 거점의 시범촌을 만들고 이를 주변으로 확산시켜 종국에는 전면적인 농촌 발전을 이룩하자는 프로젝트다.
시진핑이 당서기를 역임했던 당시 절강성은 개혁개방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시작된 연해안 지역이었기 때문에 내륙 지역보다는 잘 살았지만, 도시에 비해 상하수도, 쓰레기 처리, 도로, 교통 등 농촌주거 환경은 많이 열악해 도시와 농촌 간 격차가 심각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빠른 산업화로 중국의 농촌, 특히 연해안 지역의 농촌은 각종 난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극심한 피해를 경험했다. 그래서 시진핑은 저장성판 3농 정책의 핵심 프로젝트인 천만공정을 통해 농촌에서의 생산·생활·생태의 3생(三生)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천만공정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진핑은 그가 구상하는 이상적인 농촌마을을 1000개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주위의 1만개 마을의 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중국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환경파괴와 오염 배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는데, 시진핑은 천만공정을 통해 이러한 개념을 바꿨다. 성장보다는 생태환경 보전이 더 가치 있고 경제적 부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시진핑은 2005년에 저장성 안지현 위(余)촌을 방문했다. 이 마을은 염색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한때 극심한 환경오염을 경험했는데, 이후 생태환경 보전으로 생태관광이라는 새로운 가치 창출에 성공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맑은 물과 푸른 산이 곧 금산 은산이다’라는 경구를 인용했는데 이 말은 지금도 중국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농촌마을 개선에 생태적 가치를 더한 천만공정 프로젝트는 시진핑 집권 이후 향촌진흥 정책으로 발전했으며 그의 통치 철학인 ‘생태문명’과 ‘공동부유’의 근간이 됐다.
‘천인계획’은 후진타오 정부 시기인 2008년 시작한 국가급 인재 유치 프로젝트다. 중국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유학자 및 해외 활동 인재를 국내로 데려와 주로 과학 기술 혁신 등의 연구에 참여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진핑 집권 이후 더욱 확대돼 해외에서 활동하는 과학 인재를 집중 유치했다. 그는 국가 부의 핵심인 제조업 강국 실현을 위해 인재 강국이 먼저라는 판단으로 유수 과학자 등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국내로 들여오는 데 전력을 다했다.
천만공정과 천인계획, 이 ‘쌍천(雙千) 전략’은 오늘날 중국을 만든 핵심 전략이자 정책이다. 천만공정은 농촌진흥으로 발전해 중국의 사회안정과 공동부유의 실현으로 나아가고 있고, 천인계획은 기술과 인재 자립으로 중국식 현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중국에는 이런 전략과 계획이 꾸준히 추진돼 왔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관계는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도 한중관계의 전면 회복을 선언했다. 관계의 회복을 넘어 오늘날 중국을 만든 원동력에 대해 깊이 있게 학습할 필요가 있다.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지피지기하지 않으면 백전백승을 할 수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