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훼손·농민 희생 전제로 한 에너지 기본소득, 과연 맞나”
영암군농민회, ‘간척지 태양광과 에너지 기본소득’ 토론회 개최
[한국농정신문 임순만 기자]
지난 10일 전남 영암군 농업인쉼터에서 영암군농민회 주관으로 ‘간척지 태양광과 에너지 기본소득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엔 영암군에너지센터, 영암군 지역순환경제과, 영암 농민·지역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종윤 영암군농민회장은 가장 먼저 허심탄회한 토론으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며 협의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발제에 나선 오성현 영암군에너지센터장은 영암군이 추진하려는 ‘에너지 지산지소 그린시티 100’ 사업을 설명했다. 오 센터장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삼호·미암 간척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워 기업 도시, 에너지 신도시를 유치하고, 삼포지구에 조성되는 수소 도시와 연계해 삼호·미암 간척지에서 발생된 에너지를 대불산단과 HD 현대 삼호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오 센터장은 또한 “이재명정부 들어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이 확대되며 영암군도 이에 발맞춰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자원에서 발생한 수익을 지역 주민에게 배당 지급하는 ‘에너지 기본소득’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후 권혁주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쌀과 전기, 농지와 발전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권 사무국장은 “농지 훼손과 농민들의 희생을 통해 군민들에게 지급되는 에너지 기본소득이 과연 정의로운가”라고 반문하며 “기후위기의 원인이 과도한 산업화, 무분별한 개발임에도 농지를 밀어내고 검정색 태양광 패널을 깔아 그린에너지를 만들겠다는 것은 기후위기를 이윤 중심의 산업화와 개발로 극복하자는 것으로 ‘녹녹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특정 계층이나 지역 주민의 희생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원칙에 부합하다고 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덧붙인 뒤 “지자체는 농지법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도록 농지를 소중히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 농지법상 염해 간척지에만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지만, 영암군은 지자체의 의무를 저버리고 스스로 말을 바꿔 우량농지를 염해 간척지로 둔갑시키려 한다”고 꼬집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에너지 기본소득을 하고 싶으면 농민들을 괴롭힐 것이 아니라 영암호 저수지나 뚝방, 유휴부지에서 해야 하며, 태양광 업자한테 맡기지 말고 영암군이 직접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돼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이익을 주민에게 나눠주면 된다”, “영암군이 삼호·미암 간척지에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만들어 이익을 함께 나누겠다고 하는 것은 이미 돈벌이 수단이 돼버린 태양광 발전에 포장지를 씌운 것에 불과하다”, “식량안보의 근본이 되는 농지를 훼손해 태양광을 하겠다는 것이 진정 맞는 일인가 묻고 싶다”, “삼호·미암 간척지에 태양광을 하게 되면 약 11.6%의 농지가 사라지고, 이 경우 농업인구의 5% 정도가 줄어들어 농촌 소멸을 더 가속화할 뿐이다”라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군서면에서 온 한 주민은 “생활지원사로 일하면서 마을을 다니는데 시골 어르신들이야말로 에너지 취약 계층이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쓰지 못하고 겨울에는 난방을 못 해 늘 추위와 더위 속에 사는 이분들은 태양광을 하고 싶어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얼마 있으면 죽을 텐데 굳이 태양광을 해’라는 생각을 하신다. 이런 분들한테 해줄 수 있는 태양광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에너지센터에 제안했다. 이어 지역 폐가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것과 그 시설을 관리할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영암군농민회는 “영암군은 농군이다. 예로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삼호·미암 간척지에 대규모 태양광이 들어서게 되면 그 여파로 우후죽순 태양광이 난립하게 될 것이고, 그 에너지를 끌어가기 위한 송전선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영암 농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가 없다”며 “영암군농민회는 농업·농촌·농민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다”라고 다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