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할인지원’ 정부 개선안 여전히 ‘부실’
감사원 감사뿐 아니라 국정감사에서도 거듭 지적 모니터링 강화 및 패널티 도입 등 대책 마련했지만 ‘물가 안정’ 위한 근본 해결책 아니란 의견 ‘지배적’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이상기후, 재해 등 원인을 불문하고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 정부에선 예산을 쏟아 할인지원사업을 펼친다.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은 차치한 채 인위적으로 유통·소비단계 가격만을 낮추려는 해당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자물가관리에만 지나치게 치중한다고 질타받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실효성 논란 또한 끊이질 않아 할인지원사업 전반에 대한 농업계 인식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 특히 올해에는 추경까지 더해 약 2280억원이 집행된 대규모 사업인 만큼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할인지원사업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에 대응해 농산물 소비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됐다. 2022년부턴 사업 목적이 장바구니 물가부담 완화로 변경됐으며, 현재는 소비자가 온오프라인 유통경로에서 국산 신선 농축산물을 구매하면 최대 40%까지 할인하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할인지원사업은 지난 9월 감사원 감사에 이어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라 질타와 뭇매를 맞았다. 대책 마련 필요성 또한 강조됐다.
이 같은 지적은 사업을 추진하는 농식품부가 매년 실시한 성과분석 결과와 다소 상반된다. 가장 최근의 성과분석 보고서는 지난 2023년 사업에 대한 것으로, 해당 보고서엔 할인지원사업이 특정 품목의 소비자가격 인하에 유의미한 효과를 냈다는 자평이 담겨 있다.
감사원이 지적한 할인지원사업의 문제점은 두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지원대상 품목의 선정 방식이 부적절하고, 사업 전 유통업체의 가격 인상으로 할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등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지난달 17일 국정감사에서 대형유통업체의 할인지원사업 전 판매가격 인상을 다시금 짚으며 개선방안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국정감사 이후 농식품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개선방안을 보면 모니터링 강화와 패널티 도입으로 추려진다. 할인지원사업 예산이 유통업체에 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 위주로 실시하던 기존의 가격 모니터링을 더 오랜 기간 실사 형태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2023년부터 권고했던 유통업체 20% 자체 할인을 올해부터 의무화한 데다 할인지원사업 실시 전 가격 인상 여부가 확인될 경우 참여 제한 등의 패널티를 2026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인지원사업 대상 품목 지정 기준은 이미 2024년 마련한 바 있으며, 실제 소비자가격 할인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할인지원 사업 전 가격 인상 선반영으로 인한 사업 효과 미흡, 할인지원 예산 업체 귀속 우려가 지속된 만큼 올해 7월부터는 업체를 고용해 할인지원사업 기간을 포함한 약 7~8주 간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라며 “사업 시행 전 흐름에 맞지 않는 가격 인상 등이 확인될 경우 현재도 정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관리를 강화해 내년부턴 사업 참여를 제한할 예정이다. 대형유통업체 입장에선 제대로 정산 받고, 할인지원사업을 통한 판매 촉진 효과를 누리기 위해 추후 가격 선반영 등의 사례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한편 농식품부 개선방안에 학계 등 전문가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이상 정부 예산으로 계속해서 유통업체의 배를 불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농식품부가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패널티 도입만 봐도, 업체 측의 할인지원사업 참여 의지가 돋보이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었다. 아울러 학계 전문가들은 소비자가격 인하 목적으로 예산을 지속 투입하기에 앞서 정부가 적정가격을 공표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비축·수매물량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진정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추고 싶다면 생산단계에서부터 관리를 강화해야지 지금처럼 유통단계에 개입하는 방식을 택해선 안 된다.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업체 단속을 강화하고 패널티를 부여한다는 대책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없다”라며 “기후위기가 상시화된 만큼 생산단계에서부터 적극 개입해야 하고 수매·비축량을 충분히 확보해 가격 조정 기능을 정부가 가져가야 한다. 가격이 오르면 비축물량을 시장에 풀어 정부가 목표로 한 적정가격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가격이 너무 떨어질 때도 반드시 수매·비축량을 늘려 생산자에게 적정가격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