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농어촌기본소득

재정 열악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자체들 복지·농업예산 등 삭감해 농어촌기본소득에 투입 전종덕 의원 “조삼모사 중단하고 정부출연 늘려야”

2025-11-10     권순창 기자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촌기본소득의 ‘조삼모사’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전종덕 의원실 제공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기존 복지사업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종덕 진보당 국회의원은 시범사업에 선정된 7개 지자체의 기존 복지·농업예산 축소 계획을 취합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그 ‘조삼모사’ 실태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어촌기본소득은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지출사업임에도 국비 편성이 부실(총사업비의 40%)해 시작부터 우려를 모아 왔다. 심지어 광역자치단체의 난색으로 도비·군비 편성 계획(도비 30%, 군비 30%)마저 지켜지지 않아 군비가 7개 군 평균 43%나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일부 군에선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고자 기존 복지·농업예산 전용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전종덕 의원실에 따르면 전북 순창군은 내년도 농어촌기본소득 예산 204억2000만원을 마련하면서 아동행복수당 22억원, 청년종자통장 7억원, 농민수당 103억원을 삭감할 예정이다. 강원 정선군은 어르신 목욕비 및 이·미용비, 청소년 이·미용비, 농업인수당 지원사업 예산을, 경북 영양군은 농산물가격안정화기금과 사회복지기금까지 축소할 계획을 세워 놨다.

대략적으로 파악된 복지·농업예산 삭감 추정치만 모아 봐도 △순창 132억원 △청양 102억원 △영양 93억4500만원 △정선 29억3000만원 △남해 6억6000만원이다. 단순한 ‘조삼모사’나 ‘돌려막기’가 아니라 농민수당·아동수당 등 그동안 정책을 통해 쌓아 온 사회적 가치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지자체 복지·농업예산 삭감 현황(단위: 백만원). 전종덕 의원실 제공

전종덕 의원은 해당 지자체들보다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겨눴다. 지난 몇 년 특히나 지자체 재정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국비를 소극적으로 편성했고, 지자체들의 이같은 재원 조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정부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기본소득을 확대했다는 명분만 챙기고, 지자체가 본래의 복지사업과 농업예산을 줄여 가며 떠안는 구조를 만들었다. 겉으로는 시범지역민이 더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줬다 뺏는’ 정책이며, 이름만 바꾼 복지 재탕이면서도 지역민의 실질적 복지는 줄어드는 역진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어촌기본소득은 농민의 삶을 지키는 제도여야지 기존 지원을 대체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 기존 복지예산을 전용하는 시범사업은 즉시 중단하고, 주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정부가 직접 책임지는 재정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