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선율에 실린 시월의 농담(農談)
홍천 맥주학교 ‘농담’서 농민 위한 연주회 열려
[한국농정신문 장수경 기자]
지난달 31일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위치한 맥주학교 ‘농담’에서 ‘수확과 갈무리로 바쁜 계절, 마음의 쉼표를 위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좋은 술을 마시며 농부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연주회가 열렸다.
농담은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로 맥주를 만드는 곳으로, 각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생산할 수 있도록 소량의 수제 맥주 제조기술을 교육하고 있는 브루어리다. 농담에선 홍천 쌀로 만든 쌀로비어, 옥수수로 만든 옥시기비어, 감자를 활용한 감자바우비어 등 지역 맥주 3종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이날 농담의 연주회는 인천시립교향악단, 영동청소년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를 거쳐 현재는 충북 영동에서 사과 농사를 지으며 첼리팜스토리 채널을 운영하는 첼리스트 김기범씨가 맡았으며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 약 10여곡을 들려줬다.
이날 연주회 참가자 20여명은 임현주 쉐프가 준비한 곁들임 음식을 먹으며 연주를 감상했다. 연주 사이사이에 자신들의 이야기와 활동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올해 농사의 작황과 내년 대책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협업할 방법을 모색하며 새로운 인연을 맺기도 했다.
권용인 농담 대표는 “맥주는 우리 할머니들이 만들던 식혜의 재료와 제조과정이 동일하다. 우리 땅에서 난 보리와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로 우리 농부의 술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며 홍천 오미자, 연꽃, 인삼 등 다양한 우리 농산물로 맥주를 빚어온 과정을 설명했다. 농담은 특히 소량의 수제 맥주 제조법을 개발해 농촌 마을 단위로 맥주 체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또한, 엿기름에 옥수수를 삭혀 만든 밑술을 증류해 8만6400방울을 모아 담은 81.5도의 술을 만들고, 우리나라의 독립과 지역특산주의 독립을 기원하는 의미로 ‘홍천 815’라는 이름의 발효증류주를 출시했다.
올가을 잦은 비로 주요 농작물뿐 아니라 텃밭 농산물까지 제대로 수확한 것이 없어 절망에 빠진 농민들은 “농부로 살아온 23년의 세월에서 올해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는 권용인 대표의 이야기에 공감했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힘든 시기라서 그런지 중저음의 첼로 연주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 듯하고 심금을 울린다”며 “첼로연주와 맛있는 맥주로 마음을 위로받는 시간을 보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농부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뜻을 가진 농담 브루어리는 앞으로 매달 한 번씩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