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기본소득, 지자체별 각양각색 재원 고민
정선·신안·영양, 재생에너지 등 지역재원 창출 설계 일부 지자체, 농민수당 등 기존 복지사업 축소 논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내년 전국 7개 군(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 전남 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의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시작을 앞두고 각 군의 재원 설계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관내 주민 1인당 월 15만원을 보편 지급하는 사업이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군들이 각각 2년 누계 1000억원 이상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국비 지원은 총사업비의 40%에 불과하며, 도비 또한 정부 권고(30%)를 이행한 곳은 연천(경기도) 한 곳뿐, 다른 곳은 도비 비중이 최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비용은 오롯이 해당 군들이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선·신안·영양은 다행히 ‘지역재원 창출형’이라는 특수 유형으로 시범사업에 선정된 곳들이다. 먼저 정선은 군의 강원랜드 투자 주식배당금을 농어촌기본소득에 투입할 계획이다. 배당금은 해마다 액수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론 125억원. 도비 지원을 12%밖에 받지 않으면서도 군비 지출을 연간 100억원대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안은 햇빛연금(태양광발전수익)·바람연금(해상풍력발전수익)을 활용한다는 계획으로 처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다만 발전소-거주지 간 거리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햇빛연금은 보편 지원인 농어촌기본소득과 결합이 불가한 바, 햇빛연금보단 바람연금을 중심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영양 역시 지역 풍력발전기금을 활용할 계획인데, 다만 풍력단지 리파워링사업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군비 지출이 많아질 수 있다. 특히 신안과 영양은 정부 사업계획안보다 월 5만원 더 많은 20만원을 농어촌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서도 가장 높은 군비 비율(각각 57%)을 감당하게 된다.
우려스러운 건, 몇몇 지자체에서 농어촌기본소득을 계기로 농민수당 등 기존 복지사업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다. 이는 농어촌기본소득과 기존 복지사업 각각의 취지를 한꺼번에 퇴색시키는 일이다. 당장 시범사업 공모 당시부터 경상북도가 시범사업 지역에 농민수당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의지를 표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고, 이는 현재 영양 농어촌기본소득 재원 논의 과정에서 여전히 검토 중인 의제다.
청양의 경우 도비 지원 ‘0’을 전제로 시범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최근 가까스로 도비 10%(내년 추경 시 추가 20% 추진)를 유치하며 재원 마련에 유난히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곳곳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일단 농민수당 등 기존 복지예산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사·중복성, 소모성 사업 예산 등을 일부 조정해 재정 효율을 높이겠다”고 첨언해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순창은 좀더 본격적이다. 순창은 군수 당선공약에 따라 연 60만원의 농민수당을 200만원으로 확대하던 중이었는데, 농민수당을 60만원으로 회귀시키고 나머지 140만원을 농어촌기본소득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영일 순창군수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직접 설명한 바다.
나름의 재원을 가진 지역도, 그렇지 않은 지역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일부 부작용이 고개를 들려는 상황이다. 광역자치단체의 비협조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론 정부 지원 부족이 화근으로 꼽히며, 이에 7개 시범사업 군들이 정치권에 국비 상향 배정을 절실히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