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못 쉬어” 급식노동자의 현실, 도마 위로
지속가능한 학교급식 위한 구조적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한국농정신문 김하림 기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K-학교급식’. 하지만 급식노동자들은 그것이 사실 그들의 피땀 위에 세워진 것이며,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학교급식 노동환경 실태를 밝히고 구조적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과 정혜경 진보당 의원, 김문수·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서비스연맹·학비노조·정혜경 의원은 지난 7~9월 정책연구소 이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에 공동으로 연구용역을 맡겨 학교급식 현장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날 발표했다. 연구는 조리사·조리실무사 2605명을 설문조사하고 4개교에 현장 조사를 다녀오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9.4년이고, 1인당 식수 인원은 92.9명이다.
연구에 따르면 학교급식 조리종사자의 55.8%는 직접 대체인력을 구해와야만 연가·병가를 낼 수 있다. 지난 1년간 아픈데도 나와서 일한 날이 7일 이상인 응답자는 49%였으며,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업무상 사고(넘어짐·베임·화상 등)를 경험한 응답자는 45.5%에 달했다.
초·중·고 급식 조리종사자의 보그지수(주관적인 신체부담을 정량화하는 지표)는 15점대로, 이는 100m를 전력 질주하는 수준의 노동 강도다. 연구팀이 직접 답사한 4개교의 급식실도 전반적으로 온도·습도가 높고 환기가 되지 않는 환경이었으며, 조리종사자들은 다량의 식재료를 나르는 등 신체적 부담이 큰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토론에 나선 이보희 희망먹거리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가 제안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조리실무사 배치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급식노동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급식실 환경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박정호 학비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급식노동위기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정책실장은 “급식노동자는 ‘슈퍼우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교육당국은 이 슈퍼우먼의 노동을 제대로 인정하고 대우하고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임금을 적정 수준까지 올려야 하고 △직업병으로 인한 산재 사망에 대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