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농기원, 모내기 한 번으로 두 번 수확하는 ‘움벼’ 재배 성공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벼 ‘빠르미’ 활용 움벼 재배 대규모 현장 실증 성과 도출

2025-11-04     장수지 기자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3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 송악면의 논에서 콤바인이 움벼를 수확하고 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 제공

충청남도가 자체 개발한 초조생종 벼 ‘빠르미’를 활용해 한 번의 모내기로 두 번 수확이 가능한 ‘움벼’ 재배 대규모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충청남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움벼 재배는 한 번 수확한 벼의 그루터기에서 새순을 키워 쌀이 영글면 재차 수확하는 방식이다. 첫 수확 후 논을 갈아엎지 않고 물과 소량의 비료를 공급해 벼를 다시 키우는 저투입형 벼 재배 기술로도 일컬어진다. 동남아시아나 미국 남부 등 고온지역에서만 이 재배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충남농기원은 생육 기간이 짧고 재생력이 강한 빠르미 품종을 활용할 경우 국내에서도 움벼 재배가 가능할 것이라 예견했었다.

대규모 움벼 재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충남농기원은 올해 홍성군 서부면 3만㎡와 당진시 송악면 3만5000㎡의 논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순 모내기를 실시한 뒤 80여일 만인 8월 상순에 1차 수확을 마쳤고 밑동을 그대로 두고 재생시켜 지난 10월 하순 2차 수확에 나섰다.

실증 결과에 따르면 1차에선 10a 당 약 450kg를 수확했으며, 2차 수확량은 1차 대비 20%(10a당 90kg)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1차와 2차 수확량은 10a 당 합계 540kg 안팎으로 확인되며, 이는 일반 벼 수확량인 10a 당 527kg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차 수확의 경우 8월 초 프리미엄 햅쌀로 높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어, 충남농기원은 1차 햅쌀 고가 판매에 2차 수확을 통한 추가 수익으로 농가소득이 향상되는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미를 개발한 윤여태 충남농기원 쌀연구팀장은 “움벼 재배는 1차 수확 후 경운·육묘·이앙 등 추가 농작업 없이 물을 채우고 약간의 비료만 살포해 벼를 다시 키우면 되기 때문에 노동력이 거의 들지 않는다”면서 “또한 고온 피해 없이 등숙이 이뤄져 쌀 품질이 우수하고, 벼멸구나 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도 적고 태풍 등에도 잘 쓰러지지 않아 기후위기에 대응한 미래 벼 재배 기술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학헌 충남농기원 연구개발국장은 “이번 실증 결과를 토대로 수량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움벼 재배 표준 모델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충남농기원이 지난 2009년부터 국내외 조생종을 교배해 개발한 빠르미는 이앙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이 80일 안팎으로 국내 쌀 가운데 생육 기간이 가장 짧다. 충남지역 대표 쌀 품종인 삼광벼 생육 기간이 130일 안팎인 만큼 50일가량 수확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재배 기간이 빠른 만큼 빠르미는 △농자재 및 인건비 절감 △물 사용량 30% 절감 △비료 사용량 10% 이상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밖에 충남농기원은 △이기작(빠르미+빠르미) △노지 이모작(옥수수·감자·강낭콩+빠르미, 빠르미+감자·배추 등) △시설하우스 삼모작(수박+빠르미+오이 등) 등의 재배 기술 개발로 농지 활용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게 빠르미의 강점이라 설명했는데 이번 움벼 재배 성공으로 빠르미 재배 기술 ‘4종 세트’를 마침내 완성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