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우·한돈, 국내 최초 싱가포르 수출길 오른다
양국 정상회담서 제주산 축산물 수출 공식 합의 제주도 “동남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판로 확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가 국내 최초로 축산물의 싱가포르 수출길을 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2일 열린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제주산 한우고기·돼지고기 싱가포르 수출’을 공식 합의했다. 이로서 제주도는 국내 유일 싱가포르 축산물 수출지역이 됐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위생·검역 기준이 가장 엄격한 국가로, 축산물 수입 전제조건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을 요구한다. 제주도는 지난 5월 29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인증을 획득한 뒤 8월 SFA의 현지실사를 거쳐 2개월 만에 제주 수출작업장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싱가포르식품청(SFA)이 승인한 제주 수출작업장은 제주축산농협 축산물공판장(도축장), 제주양돈축산업협동조합 축산물종합유통센터(도축장), 서귀포시축협 산지육가공공장(가공장), 대한에프엔비(가공장) 4곳이다.
제주도는 이번 성과가 3년 가까운 준비 끝에 나온 것이라 강조했다. 제주도는 오영훈 지사를 비롯한 경제교류단의 지난 2023년 1월 싱가포르 방문을 시작으로 제주와 싱가포르 업체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제주도지사 명의 서한도 발송하는 등 체계적인 수출 전략을 가동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부처·도내 생산자조직과 긴밀히 협력해 수출입 협상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수출업체들은 위생 설비와 시스템을 대폭 보강했으며, 민관 합동으로 SFA 실사에 대응한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지난 5월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이 방역 체계의 우수성을, 이번 실사의 까다로운 위생 기준 통과는 품질 관리 능력을 각각 인정받은 결과라며 제주 축산업이 내수시장뿐 아니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부연했다. 또 이번 수출 승인에 대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도 부여했는데, 향후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인근 동남아 국가까지 판로를 넓혀, 수출을 제주 축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산 축산물 수출 합의를 이끈 이재명 대통령과 농식품부 등 부처 관계자들, 글로벌 축산방역 기준을 만들기 위해 헌신한 제주도 축산업 관계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성공이 지역경제 현장에까지 실질적 혜택으로 이어지게 돼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어 “제주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싱가포르 축산물 수출지역이 된 것은 청정 환경과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토대로 민관이 한마음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싱가포르를 발판 삼아 동남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축산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