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쌀의 주인은 누구인가

2025-11-02     황선숙(전남 무안)

 

황선숙(전남 무안)

쌀값이 올랐다.

쌀값 20kg당 6만원, 그 ‘심리적 저항선’은 누가 정한 것일까?

공교롭게도 그 6만원은 농민들도 요구하는 쌀값이다.

언론에서는 연일 쌀값이 비싸서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다는 식의 뉴스를 내보낸다. 그동안 국민의 식생활이 변해 쌀 소비가 줄었다는 것을 시대의 흐름인 듯 몰고 가더니, 이제는 밥에 진심이라도 된 것처럼 쌀값 상승 문제를 민생의 위기처럼 다룬다.

농민들이 왜 밥 한 공기 300원을 요구하는지, 그 300원이 왜 쌀값의 적정선인지도 저렇게 반복해서 떠들어 준다면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공정한 눈으로 쌀값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쌀값이 오른 이유는 따로 있다.

그런데 언론은 쌀값 문제를 농민과 소비자의 대립 구도로 띄워놓기만 하고 정작 그 뒤에 숨어있는 집단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쌀이 남아돈다”면서 벼 재배면적 감축을 홍보하던 나팔수들이었다.

일본의 쌀값 문제는 시시콜콜 전하면서도 정작 우리 농민은 등외국민으로 취급하더니, 쌀값이 오르자 언론은 역시나 농민은 보지 않고 쌀값만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며칠 전 농협 하나로마트에 갔더니 20kg당 쌀값이 7만원을 넘어섰다. 순간 ‘이제야 밥 한 공기 값이 300원을 넘었구나’ 하고 기뻐할 뻔하다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지금의 쌀값은 농민의 소득이 아니다. 지난 2024년 가을에 이미 나락은 농민들의 손을 떠나버렸다. 지금 오른 쌀값은 고스란히 유통영역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나락은 어디에 있다가 쌀로 몸을 바꿔 이렇게 몸값이 올랐을까? 대한민국 농민 중 지금의 쌀값에서 이익을 얻은 이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그는 농민이 아니고 유통업자라 불러야 한다.

지금 구조에서는 쌀값이 오른다고 농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농민은 벼를 수확해 나락으로 농협이나 유통업체에 판다. 그 나락은 정미소, 도정업체, 도매상, 대형마트, 온라인플랫폼을 거치며 적정한 때에 쌀로 변한다. 쌀 100g에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300원도 채 안 된다. 농민의 손을 떠난 나락은 쌀이 되어 유통과정을 거칠수록 몸값이 뛰어오른다. 농민은 생산비도 못 건지고, 유통업체는 갈수록 거대해진다.

쌀값이 농민의 소득이 되려면 가격이 아니라 구조를 바꿔야 한다.

생산비 보장정책과 공공비축, 직거래장터 확대 등과 같은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농민은 밑바닥에서 나락을 생산만 하는 생산자일 뿐이다. 지금의 구조에서는 쌀의 진짜 주인은 유통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

쌀값은 오르는데 농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쌀값을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 한 공기 가격 300원은 단순히 농민의 소득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와 공공선을 묻는 지표이다.

쌀의 주인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