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농협의 무분별한 대출, ‘국부 유출’로 이어져

도이치오토월드 펀드 수익 3분의 1, 미국 헤지펀드로 유출 수도권 지역농협들도 수십억원씩 도이치그룹 펀드에 대출

2025-10-31     강선일 기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전 영부인 김건희씨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가담한 권오수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이 그룹에 농협은행과 수도권 일부 지역농협을 포함한 시중 금융권이 1조원 이상의 대출을 해줬고, 농협 등 금융권의 대출금을 활용해 거둔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의 펀드 수익 중 일부는 미국 헤지펀드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시중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이치모터스(주) 등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소속 기업들이 시중 은행들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조원이 넘었다. 대출 승인 조직 명단엔 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 및 다수의 지역농협들도 들어있었다. 농협은행과 지역농협들은 전체 대출액 중 6%인 606억5000만원을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측에 대출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는 100% 자회사인 부동산회사 도이치오토월드(주)를 통해 2016년 초기투자금 3억원을 투자하고, 농협은행·지역농협 등 시중 금융기관들로부터 받은 대출금과 S&LB(판매 후 임대) 기법으로 자금을 모은 후 6171억원의 자산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오토월드는 대형 부동산개발 프로젝트 ‘도이치오토월드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위해 세 곳의 펀드를 조성했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막대한 대출을 받았다.

은행들이 세 곳의 펀드에 처음 대출한 금액들은 대환, 즉 대출 은행을 타 은행들로 연달아 바꾸는 과정을 통해 타 은행들로 되물림됐다. 대환 과정에 농협조직들도 동참했다. 세 곳의 펀드 중 하나인 ‘리딩에머슨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 투자신탁 제2호’의 세 번째 대환 과정에서 펀드는 청산되고, 담보물로 남아있던 도이치오토월드 상가 11호실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600억원을 대출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 강남농협이 50억원, 서울서남부농협(옛 관악농협)이 30억원, 경기도 의왕농협이 30억원을 대출했다.

또 다른 펀드인 ‘리딩 제15호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 투자 유한회사(제15호)’에 대해서도 농협조직의 대환대출이 이뤄졌다. 제15호 대상 2차 대환 과정에서 경기도 수원농협과 군포농협, 부천시흥원예농협이 각각 40억원, 의왕농협이 20억원, 서울서남부농협이 30억원을 대출했다.

도이치오토모빌그룹이 펀드 수익을 거둘 수 있던 데는 농협은행·지역농협을 포함한 시중 은행들의 대출금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543억원의 펀드 수익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중 173억7000만원(전체 수익의 약 32%)은 미국 헤지펀드 금융회사인 ‘오크트리’가 가져갔다. 농협조직의 거액 대출을 통해 거둔 펀드 수익 중 상당수가 외국 자본을 살찌우는 데 ‘기여’한 셈이다.

이원택 의원은 “국부가 헤지펀드로 유출됐는데, 이 와중에 사적 이익을 본 자들에겐 배임죄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당시 힘 있는 정치권의 도움 없이는 기획할 수 없었을 것이다. 10여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투자자들의 명단이 아직도 입수되지 않고 있는데, 관계 기관들의 자료제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또한 농민을 상대로 하는 농협은행·지역농협에서 부동산회사에 거액의 대출을 해준 문제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