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녘은] 다시 금강산을 볼 수 있을까
북한의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7월 원산시에 대규모 해안관광지구를 개장했고, 백두산 아래 삼지연시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 영업을 개시했다. 북한의 관광산업은 누가 뭐래도 금강산이 으뜸이다. 남한의 많은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금강산을 찾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관광협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8년 11월 18일 826명의 남한 관광객을 실은 현대금강호가 강원도 동해항을 출발해 금강산 입구 장전항에 도착하면서 금강산관광이 시작됐다. 해로관광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003년 9월부터는 육로관광을 개시했다.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될 때까지 약 10년 동안 남한 관광객 200만명이 금강산을 찾았다. 금강산이 역사적으로 남북 공동의 정체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지만 빼어난 자연경관 역시 관광객을 유인하는 특별한 가치로 꼽힌다.
이러한 금강산에서 최근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것이다. 금강산은 세계유산 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지위를 인정받아 복합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유산은 크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나뉘는데, 문화적 가치와 자연경관의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복합유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2025년 7월 현재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유산 1223개 중 복합유산은 40개로 매우 희소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한반도에선 유일하게 금강산이 문화적이고 자연적인 가치를 보유한 41번째 세계복합유산으로 선정된 것이다. 대표적인 복합유산 사례로는 페루의 마추피추 역사보호구역(1983년), 이스터섬으로 유명한 칠레의 라파누이국립공원(1995년) 등이 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문화유산 금강산의 보존과 활용을 위해 ‘불교 사원 및 숙소 내 다른 장소에서 불교 수행의 지속적인 전통을 유지’하고,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고고학 조사와 보존 계획을 수립하라는 권고 사항을 제안했다. 금강산이 불교의 역사적 전통과 가치를 보유한 곳인 만큼 전통적인 종교활동을 지속하고, 역사적 유물에 대한 조사와 보존을 요구한 것이다.
남북한은 금강산 신계사 복원을 통해 불교 교류협력의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 북한의 조선불교도련맹과 남한의 조계종이 중심이 돼 2004년 4월 착공식을 시작으로 엄격한 고증과 함께 2007년 신계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신계사 복원 이후 남북한 불교계는 주기적으로 공동법회와 종교행사를 진행하다가 2015년을 마지막으로 교류가 중단됐다.
금강산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신뢰를 회복할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불교 교류를 시작으로 금강산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관광루트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원산갈마지구는 1일 2만명의 관광객이 철길과 하늘길, 바다길로 접근할 수 있는 북한 최대 관광지다. 아울러 남북한이 2007년 체결한 ‘백두산관광합의서’를 복원하면 중국 측 등산로가 아닌 삼지연시를 통해 백두산 천지를 등반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관광교류가 가능한 새로운 남북관계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