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농촌 아이들

2025-11-02     이정미 사회복지법인 열린교실 교육이사
이정미 사회복지법인 열린교실 교육이사

우리 농촌은 이미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5%, 면 지역 32.4%,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2)로 대부분 인구소멸지역에 속한다. 농촌은 도시보다 다문화 가구 비율이 높은데, 지역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해져 읍·면지역 다문화 학생 비율(4.8%)은 대도시(2.0%)의 두 배가 넘는다(한국교육개발원, 2019). 

이주 배경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다문화 아동은 전체 학생의 3.8%이지만, 전남의 군 지역은 모두 다문화 학생 비율이 10%를 넘고 일부 지역은 20%에 달한다(2024년 교육 기본 통계). 또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아동은 2023년 11월 기준, 다문화 아동의 22.3%, 약 29만9440명이다(행정안전부). 우리나라 전체 출생아 중 다문화 아동은 6.5%에 달해(국가데이터처, 2025), 우리는 다문화사회에 살고 있다.

도시와 농촌 학생은 학업성취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 대도시 학생의 학업 능력은 모든 과목에서 읍·면 지역 학생보다 뛰어나고 그 격차는 커졌다(중3 기준, 국어 보통 학력 이상: 대도시 71.9% 읍·면 지역 58.2%, 미달: 읍·면 13.8%, 대도시 8.2%. 수학 미달: 읍·면 17.9%, 대도시 9.7%, 2024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전체 학생의 고등교육기관 순 취학률은 71.5%, 다문화 학생은 40.5%(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2022)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다문화 청년과 가족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우리 사회도, 특히 농촌이 그 영향을 받는다.

초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솔다원나눔터에 모인 아이들이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역특화형 비자(F-2-R) 확대로 경북 영천·의성 등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 이주민가정 유입이 늘었지만, 인프라와 지원 체계는 포항·구미 등 도시에 편중됐다(경북연구원, 2024). 이처럼 정부 정책은 종종 수요에 맞지 않게 시행된다. 이주 배경 주민들의 체류와 사회 통합은 법무부,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지원은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취학 후는 교육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관련 사업이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다문화 아동은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사업을 오가며 성장한다.

한 과에서도 칸막이를 넘기 어려운 게 공무원의 사업방식인데 여러 부서에서 추진하는 다문화 정책이 아동의 이익을 가장 우선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수십년째 아동 문제는 정책의 사각지대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대상을 명확히 설정하고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공공의 사업방식은 공급자의 편의가 수요자의 필요보다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여론의 압박으로 정부가 성급하게(보고용으로) 사업을 설계하는 경우, 수요자의 요구는 더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저출산 대응에서 보여주었듯 예산과 회의, 사업참여 인원으로 아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아이 한 명을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만큼 증빙서류가 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농촌, 아동, 다문화, 교육, 양육, 보육, 외국인에 대한 정책을 여러 부서가 맡으므로 각 사업은 우연히 겹치거나 필연적으로 사각지대가 생겨난다. 아동 정책의 대상은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아동이어야 한다. 농촌 지역 아동, 특히 외국인 가정의 자녀를 포함한 다문화 아동 정책은 유연하게 진행하여 제외되는 아동이 없어야 한다.

독일에는 아동 교육 전문가와 시설관리인, 단 2명이(법률, 의료, 기타 지원은 자원봉사) 기관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주로 이주민)에게 국적과 주소는 물론 이름도 묻지 않고 아이와 엄마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연결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국적과 가족 단위 정책으로 정작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소외되는 사업에 세금을 써야 할까. 질적 평가 없이, 연인원으로 사업을 평가하고 환경 변화에 둔감한 정책은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다. 지금 여기 있는, 앞으로 한국인으로 살 아동의 구체적인 미래를 마련하는 새 정부의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