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밭작물도 재해 심각…“농업피해 전면조사하라”
전농 강원도연맹, 도청 앞 기자회견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국의 농심을 피폐하게 만든 가을장마는 강원도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의장 오용석)은 28일 강원특별자치도청 앞에 무름병으로 망가진 배추를 쌓고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가을장마 피해 보도는 벼와 과수 등 몇몇 품목에 집중되고 있지만, 강원도의 주작목인 밭작물들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피해를 입고 있다. 배추는 무름병을 비롯한 각종 병충해로 망가졌고 들깨·수수·콩·팥 등 잡곡류도 밭에서 곰팡이가 피었다.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굼뜨고 소극적인 대책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은 강원도 밭작물의 총체적인 피해 상황을 설명한 뒤 “아랫녘의 벼 깨씨무늬병이 재해로 인정됐지만 구체적인 조사와 지원 방안은 아무 내용이 없다.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배추를 비롯해 각종 농산물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시군은 물론 도에서도 아무 계획이 없다고 한다”며 “강원도와 각 시군은 즉각 피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생산비가 보장되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 농민 전기환씨는 “농민들은 연일 아우성이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갖지 않는다. 멀리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젊은이들의 문제는 대통령도 언론도 적극적이지만 홍천에서 사망한 젊은 농민에겐 누구 하나 관심가져 봤나. 똑같은 국민인데 왜 달라야 하나”라며 “이제 농업은 만성적 재난 위기에 처해 있다. 특별법이라도 만들어 농업 재난을 구제하고 농민이 걱정 없이 농사짓게 해 달라”고 절절한 호소를 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제 농촌은 수확이 마무리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부터 발빠르게 행정을 총 동원해 강원도내 밭작물, 특히 채소와 잡곡류에 대한 피해 전수조사를 즉각 실시하라”고 정부와 강원도를 압박했다.
또한 “이제 기후재난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장기 대책 마련을 위해 현장 농민들과의 간담회와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더 이상 탁상행정으로는 일상이 된 기후재난에 대처할 수 없다. 새로운 종자 개발, 농지 복원 사업, 관개수로 개선 사업, 품목 다변화 등 다양한 대책을 놓고 현장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