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먹고 느끼는 감각과 연결의 밥상

그레잇테이블 밭놀이 ‘집밥밥 집밥밥’ 열려

2025-10-26     문지영 기자

[한국농정신문 문지영 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에서 열린 ‘그레잇테이블’의 열다섯 번째 밭놀이 ‘집밥밥 집밥밥’ 중 진행된 만찬.
지난 10월 18일 경기 양평 부용리에서 열린 ‘그레잇테이블’의 열다섯 번째 밭놀이 ‘집밥밥 집밥밥’에 모인 참가자들이 하우스 안에서 싱잉볼 명상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에서 ‘그레잇테이블(프로듀서 오승희)’의 열다섯 번째 밭놀이 ‘집밥밥 집밥밥’이 열렸다. 이날 프로젝트는 논과 밭을 배경으로 농민·예술가·요리사가 함께 농장 걷기, 명상, 자연물 채집과 식사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통해 땅과 지역, 사람들과 연결되는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며 도시와 농촌, 밥과 사람의 관계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부용리 마을장터 ‘마당장’ 둘러보기를 시작으로, 30여명의 참가자들은 밭놀이를 함께 준비한 농장 ‘봉금의뜰’의 김현숙 농부 등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집중하는 걷기 명상을 하며 늦가을 밭을 걸었다. 걷기 명상을 하며 도착한 밭과 하우스에선 김현숙 농부가 재배하는 잎채소와 허브를 둘러보고 향을 맡거나 맛을 봤으며, 마음에 드는 작물은 꺾어 채집 주머니에 넣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쉽지 않은 레몬그라스를 다발로 잘라 챙기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여러 종류의 민트, 방아잎, 메리골드, 오크라 꽃까지 향긋한 작물들로 채집 주머니를 채운 후에도 밭을 둘러보는 시간은 계속됐다. 하우스 안에서는 싱잉볼 명상으로, 논두렁에서는 서로 등을 기대고 앉아 논을 바라보며 농부가 흙과 함께 살아가는 호흡을 느꼈다.

마지막 순서는 함께 먹는 밥상이었다. 토종벼를 수확한 논 사이에 지어진 하우스 한 동이 근사한 식당으로 탈바꿈했다. 토종벼 및 봉금의뜰에서 수확한 작물을 한데 엮어 만든 장식물과 초로 탁자를 꾸미고, 그 위로는 당근·수세미·여주 등의 무늬를 직접 찍어낸 광목천을 걸어 분위기를 더했다.

프로젝트를 공동기획한 양평의 레스토랑인 ‘프란로칼’은 파인다이닝(고급 식사)의 형식을 빌리되 함께 먹는 밥상이라는 취지를 살리고자 쉐어 플레이트(큰 접시에 음식을 한데 담아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방식)로 메뉴를 구성했다. 가지·토마토·느타리버섯·고추·감자 등 대부분의 식재료는 양평에서 재배한 것으로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식사를 구현했고, 여주에서 주로 재배하는 토종쌀 ‘조동지’로 만든 막걸리가 곁들여졌다. 엄현정 프란로칼 셰프는 “지역 소농과의 협력으로 제철 식재료를 꾸준히 얻을 수 있다”며 “음식은 오감을 넘어 기억으로 남기에, 오늘의 맛이 추억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오승희 그레잇테이블 프로듀서는 “혼밥이 일상화된 시대에 함께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라며 “함께 놀고, 먹고, 연결되는 것이 그레잇테이블의 가치인 만큼 집과 밥을 엮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부용리가 집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셰프가 고민하는 밥의 의미를 함께 맛볼 수 있도록 했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봉금의뜰 김현숙 농부는 “북돋는다는 말은 식물의 뿌리가 드러나지 않도록 흙을 모아 덮어준다는 뜻으로, 농사는 북돋는 것이고 오늘 와준 참가자들의 걸음이 농부로서의 자신을 북돋는 일”이라며 함께 만난 오늘이 행복하고 즐겁다고 덧붙였다.

그레잇테이블 행사에 이날 처음 참여한 김수현씨는 “모르는 사람들과 더 넓은 자연에서 오감을 깨우고”자 행사에 참여했다며 “진심이 있는 사람들, 정성 가득한 음식, 자연이 주는 힘을 만나고 맛보고 느끼며 혼자 왔지만 함께인 느낌을 받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가자 강한결씨는 "식경험이 마지막을 장식하긴 했지만, 논을 옆에 끼고 거닐고, 박스를 깔고 앉아 고요하게 현재를 보내거나, 자신이 지루함을 못 참는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농부님의 수많은 작물을 관찰하고, 지켜보고, 맡아보고, 먹어보기도 했던 순간들이 편안하면서도 깊게 남았다"고 밝혔다.

가을날 논과 밭에서 마주한 그레잇테이블의 밥상은 단순한 만찬이 아니라, ‘맛’을 통해 서로의 삶을 북돋우고, ‘오감’으로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감각과 체험의 장이었다.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그레잇테이블의 다음 프로젝트는 내년에 다시 논밭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