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 연체율 폭증에 불안한 농민조합원들
지역농협, 2022년 이래 부동산 담보대출 크게 늘어 적자 농협 52개소 중 36개소가 연체율 10% 이상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최근 지역농협들의 부동산 분야 고위험 담보대출로 인한 연체금액 및 연체율 급증 양상이 고스란히 지역농협 적자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농업계 곳곳에선 지난해 말부터 적자 심화로 인한 결손금 대량 발생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지역농협 다수는 농민조합원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적자 심화 양상을 공개해야 함에도 그러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1110개 지역 농축협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2021년 3개소에서 지난해 52개소로 늘어났다.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액 연체 심화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점,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액이 2021년 2021년 말 약 177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약 4조4692억원으로 40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은 본지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적자 기록 농협 52개소의 개별적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액 및 연체율을 살펴보면, 얼마나 급속도로 연체 상황이 심화하는지 더욱 체감할 수 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적자결산 농축협 부동산 담보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 농협 52개소 중 2021년 말 기준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10%를 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연체율이 0%대인 곳은 24개소, 연체액이 전혀 없었던 곳은 2개소였다. 이때만 해도 농협 단위의 부동산 담보대출 광풍이 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완화로 인해 부동산 경기도 슬슬 활황을 띠기 시작하던 2022년부터 지역농협 전반적으로 부동산 담보대출 금액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연체금액 및 연체율도 해마다 폭증하기 시작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10%를 넘는 지역농협은 36개소이며, 20% 이상의 연체율을 기록한 고위험 상태 농협은 7개소였다.
그중 가장 연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A농협의 경우, 2021년 말 전체 부동산 담보대출액 약 1662억원 중 연체액은 5.08%인 84억4500만원이었다. 그러나 해당 농협의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액은 2022년 13.44%, 2023년 21.89%, 지난해 42.07%로 뛰어오르더니 올해 8월 말 현재 48.84%를 기록했다. 대출액 약 1496억원 중 연체액은 절반에 달하는 730억6800만원이다.
연체율이 0%에 수렴했던 농협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에 뛰어들었다가 연체액이 감당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난 사례도 발견된다.
B농협의 경우 2021년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 약 307억원 중 연체액은 0.11%인 약 3400만원에 그쳤다. 2022년엔 오히려 연체율을 0.07%로 줄였던 B농협은 2023년부터 연체율이 10%를 돌파하더니, 올해 8월 현재 대출 잔액 약 653억원 중 259억9100만원(연체율 39.75%)이 연체 상태다. 2021년 약 550억원의 대출액 중 단 한 푼의 상환도 밀리지 않았던 ‘연체율 0%’의 C농협은 올해 8월 현재 14.92%의 연체율(약 587억원 중 87억7200만원 연체)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 측은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 심화 농협들이 어떤 곳들인지 직접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다. 단위농협들로선 민감한 정보라 공개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적자 상태의 조합들이 파산 지경에 이를 시, 해당 농협들에 출자금을 보탰던 농민조합원들은 농협의 무분별한 외부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민들도 출자금은 돌려받지 못한 채 빚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농민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