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 국가책임제’ 공약, 과연 지켜낼 수 있을까

2025-10-19     한국농정

폭우와 폭염을 견뎌내고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병충해에 시달리고 있다. 한창 햇빛을 받고 자랐어야 할 배추도 무름병으로 평년작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벌써 파종했어야 할 월동 작물을 파종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거의 모든 농작물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해 피해 벼 전량 매입과 복구비 지원을 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벼 깨씨무늬병을 재해로 인정하라는 현장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고 나서야 나온 결정인 데다, 그동안 농업재해에 보상이 충분히 이뤄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대책이 농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작황 조사나 피해액 산정 등에 이르기까지 현장 농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하고, 재해 발생으로 인해 농가가 생산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지출한 경영비도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이다.

재해가 빈번할수록 현장에서는 추가적인 작업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농자재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달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공급망 위험 대응을 위한 필수농자재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재명정부의 “재해 국가책임제 도입, 필수농자재 지원체계 마련”이라는 공약의 실천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해에 대한 대비와 대응, 극복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터인데, 필수농자재의 공급망 교란에 국한해서 지원이 이뤄진다면 ‘재해 국가책임제 도입’이라는 공약을 효과적으로 실천해 내기 어렵다. 농가가 기후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농자재의 종류나 양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했어야 한다.

배추 무름병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칼슘과 규산 등 영양제를 살포하고 있는 현장을 보면 국가가 재해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기상재해로 인한 추가 농작업에 필요한 농자재에 대한 선제적 지원은 재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를 줄일 수 있고, 재해로 인한 시장 교란도 막게 된다. 거듭되는 기상재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후적인 재해 보상과 함께 재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농민들의 수고와 근심을 덜어주는 농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