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깨씨무늬병 농업재해 인정...농민들 추가 대책 촉구

농식품부, 피해 벼 전량 매입·복구비 신속 지원 등 추진 농민들, 피해 벼 매입가 현실화·재해보험 할증 중단 촉구

2025-10-15     김수나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4일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15일 오후 벼 깨씨무늬병이 광범위하게 번진 탓에 추수를 앞둔 전남 화순군 동복면 연둔리 들녘 곳곳이 붉은 색깔을 띠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지난 14일 벼 깨씨무늬병을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피해조사를 통해 피해 벼 전량 매입과 복구비 신속 지원 등을 추진한다. 지난 9월부터 농업재해 인정과 지원을 지속 촉구해 온 전남지역 농민들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환영 입장과 함께 피해 벼 매입가 상향 등 지원책과 관련한 추가 촉구를 이어갔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 농진청)과 함께 병해 발생 상황을 종합 검토한 결과, 지난 7~8월 이상고온, 9월부터 이어진 잦은 비가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벼 깨씨무늬병은 전국에서 약 3만6000ha(지난 1일 기준) 발생했다. 이는 평년 발생량(1만6000ha)의 약 2.3배 정도 규모다. 올해 지역별 발생 규모는 전남 1만3000ha, 충남 7800ha, 경북 7300ha, 전북 4400ha, 기타 지역 3500ha 순이다.

농식품부는 피해 농가에 △농약대(1ha당 82만원)·대파대(1ha당 372만원)·생계지원(120만5000원/2인, 187만2700원/4인) △농업정책자금 상환연기 및 이자감면 △재해대책경영자금(금리 1.8%)등 융자를 지원한다. 아울러 이미 수확한 농가에도 RPC(종합미곡처리장) 수매실적 등을 통해 지원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송미령 장관은 피해 벼 전량 매입과 복구비 신속 지원을 약속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남본부 회원들이  지난 10일 전남 무안군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앞 대로에서 ‘나락값 8만원 쟁취 농기계 행진’ 집회를 열고 나락값 8만원 보장 및 벼 깨씨무늬병 재해 인정 등을 촉구하며 병에 걸린 나락을 불태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에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의장 윤일권, 전농 광전연맹)·전국쌀생산자협회 전남본부(본부장 권영식, 쌀협회 광전본부)·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은 성명을 내고 지원과 관련한 추가 촉구 사항을 밝혔다.

전농 광전연맹과 쌀협회 전남본부는 “이번 농업재해 인정은 광주전남 농민들의 논 갈아엎기 등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투쟁의 결과”라며 피해 지원을 차질 없이 집행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수확 전 신속 조사를 위해 마을 이장을 피해조사 주체로 인정 △피해 벼 매입가를 공공비축미 매입가의 90% 수준으로 책정 △농업재해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할증 원천 중지를 촉구했다.

박형대 전남도의원은 “늦었지만, 다행스럽고 당연한 결과”라면서도 이번 농식품부 대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내놨다. 

먼저 벼 깨씨무늬병 피해는 수확량 감소보단 등숙률이 더 문제인데, 재해보험금은 매우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재해보험에선 피해 벼에 대해 보통 20~30% 수확량 감소만 반영하는데 여기에서 자부담률 20%까지 빠져서다. 박 의원은 농민, 농협RPC 관계자, 농업 전문가 등은 심한 경우 등숙률이 50% 내외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는 상황에서 재해보험이 실질적 피해를 보상하지 못한다며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등숙률까지 반영한 종합적인 피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송 장관이 약속한 피해 벼 전량 매입도 사실상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벼멸구 피해 때도 피해 벼 전량 수매 대책을 내놓고 희망 물량(4만 6000톤)을 신청받았으나 실제 수매량은 18%(8500톤)에 그쳐서다. “피해 벼 매입가가 터무니없어 농민들이 (수매 신청을) 꺼리고, 일반벼와 혼합되는 등 혼란”만 가중됐으므로 피해 벼 매입가 인상과 격리 방안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벼 깨씨무늬병 농업재해 인정 요구가 있은 지 한 달 지나서야 결정된 점을 두고 “지난해 벼멸구 피해 때의 늑장 농정이 되풀이됐다. 행정이 왜 기후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라며 “병해충 예찰, 작황 조사, 재해심의 등을 폐쇄적 기관 중심이 아닌 현장 중심, 농민 중심으로 전환하라”며 기후변화를 반영한 농정 전환을 촉구했다.